추석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물세트 속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친환경’이다. 특히 올 한해는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연이은 태풍, 산불 등 예상치 못했던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가치소비’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면서 유통·식품업계도 여기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선물세트는 플라스틱 고정틀이 종이로 바뀌고, 플라스틱 용기가 투명해지는 등 친환경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매년 명절 선물세트와 함께 배출되는 포장 폐기물 등으로 환경 이슈가 제기돼 온 데다 소비자들의 친환경 의식도 높아진 탓이다. 최근엔 소비자 운동단체 ‘쓰담쓰담’이 ‘스팸 뚜껑은 반납합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친환경 포장이 다시금 이슈가 됐다. 스팸은 이미 밀봉 상태이기 때문에 뚜껑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올 추석 선물세트에서 스팸 뚜껑을 없앤 선물세트 2종을 처음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식용유 세트에는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해 트레이부터 겉포장까지 종이만 사용하고 인쇄도수를 낮춰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만 플라스틱 86t, 이산화탄소 배출량 80t과 부직포 100만개 분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원F&B와 대상도 친환경 선물세트 대열에 합류했다. 동원F&B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트레이로 바꿔 아예 종이로만 포장하는 ‘올 페이퍼 패키지’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또 재활용이 쉽도록 식용유병을 투명 플라스틱병으로 교체했고, 선물세트용 가방을 코팅 처리하지 않은 종이 재질로 교체했다. 대상 역시 선물세트 구성품의 위치를 재배치하고 구성품 간 간격을 줄여 플라스틱과 종이 사용을 최소화했다. 플라스틱 용기도 대부분 투명 용기로 교체해 재활용률도 높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올 페이퍼’를 내세우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보냉백을 선물세트에 적용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이어갔다. 현대백화점은 13일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를 모두 종이로 바꾼 ‘올 페이퍼 패키지’ 과일 선물 세트를 총 80여개 품목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내년까지 모든 과일 선물세트를 올 페이퍼 패키지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홍삼 세트 등 선물세트에 종이 포장재를 사용했다. 또 재사용 가능한 보냉 가방을 도입하고 아이스팩은 종이 포장에 물을 채워 만들었다.
롯데마트 역시 친환경포장과 재사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포장한 선물세트를 운영한다. 과일 선물세트는 100% 종이 재질만 사용했으며, 과일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킬 수 있는 종이 소재의 ‘난좌’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정육 선물세트는 보냉백을 적용해 장바구니나 쿨링백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 ‘친환경’은 올해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의 높아진 의식 수준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친환경 선물세트 도입 등 친환경적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