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DMZ 가며 ‘이제 못보나’ 멜라니아에 작별키스”

입력 2020-09-14 08:07 수정 2020-09-14 09: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첫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하기 직전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작별 키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8일 DMZ로 향하던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 안에서 이같이 털어놨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아침 비밀리에 DMZ를 향해 비행한 지 20여분이 지난 뒤 “그들(북한)이 내가 오는 것을 알 거다. 그렇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우리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고 있음을 시사하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침 일어나서 멜라니아에게 작별 키스를 하고 ‘당신을 다시 못 볼지 모른다’고 말했다”면서 “내가 정말로 그렇게 걱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미국의 대통령에게 뭔가 발생한다면 그건 나라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안개 때문에 DMZ에 가지 못하고 헬기를 돌리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끔찍한 일이다. 난 가야만 한다. 이건 우리를 약하게 보이게 만들 것”이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헬기 회항과 DMZ행 불발에 언론 보도의 초점이 맞춰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저서에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결정이 내려진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됐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판문점에 가야 하느냐”고 묻자 브룩스 사령관이 즉석에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의 지시를 거부한 답변이었다고 한다.

사전에 매티스 장관은 브룩스 사령관에게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릴 일을 하지 말라며 “JSA로 데려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브룩스 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국의 국방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대통령 방문 계획을 막판까지 비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내가 왜 가야 하느냐”고 물었고, 브룩스 사령관은 DMZ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백악관은 그날 저녁 브룩스 사령관에게 ‘대통령이 내일 아침 DMZ에 가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