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D-50…바이든 앞서지만 흔들리는 백인 표심 ‘변수’

입력 2020-09-14 06:40 수정 2020-09-14 13: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인 지지자들이 지난 8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공항에서 연설을 할 때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대선이 14일(현지시간)로 정확히 50일 앞으로 다가온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13일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후보가 51%의 지지율을 얻으며 46%의 트럼프 대통령에 5%포인트 차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미국 유권자 1311명을 대상으로 지난 7∼10일 이뤄졌다.

접전지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 대학과 공동으로 지난 8∼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이 4개 접전지 위스콘신(48대 43)·미네소타(50대 41)·뉴햄프셔(45대 42)·네바다(46대 42)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던 격전지 위스콘신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은 바이든 진영에 청신호다.


전체 유권자의 66.7%는 백인… 백인 표심 변화 조짐

그러나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유권자의 66.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백인 표심은 여전히 올해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백인들 사이에서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백인들의 높은 지지는 확고부동하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전체 백인 중에서 54%의 지지를 얻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백인 지지율은 54%로 조사됐다.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절반이 넘는 백인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백인들의 민주당 지지는 2016년 대선에 비해 6%포인트 늘었다. 그동안 부동층이었던 백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감을 품고 바이든 지지로 선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것은 바이든 진영에게 악재다. 미국 국민들은 흑인 시위에는 지지 의사를 보내고 있지만 시위가 약탈·방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들고 나오면서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흑인 시위에 대한 백인들의 거부감이 확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백인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인들의 민주당 지지, 4년 전보다 6%포인트 상승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인들의 지지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들의 높은 지지를 통해 재선을 노리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중의 백인 비율은 74%로 추산됐다. 트럼프 당시 후보는 전체 백인 중 절반이 넘는 54%의 표를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백인 39%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흑인들은 클린턴 후보에 91%의 몰표를 던졌다. 트럼프의 흑인 지지율은 6%에 불과했다. 그러나 흑인 유권자들의 비율은 10%에 지나지 않았다. 흑인들이 숫자에서 크게 밀리다 보니, 흑인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선 백인 표심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 미국의 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 지지율은 54%로 나타났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백인들로부터 45%의 지지를 얻었다. 클린턴 후보가 2016년 대선에서 기록했던 백인 투표율 39%보다 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89%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흑인 지지율은 2016년 대선보다 소폭 늘어난 8%다.


학력 구분 없이 백인들의 민주당 지지 올라

백인들은 학력 정도에 따라 정치 성향이 ‘극과 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 지지층은 백인들 중에서도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고졸 이하의 백인 층에서 6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클린턴은 이들 중 28%로부터 표를 얻었다.

그러나 대졸 이상의 백인들은 다르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층이다. 2016년 대선에서도 클린턴(55%)이 트럼프(38%)를 눌렀다.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여론조사를 보면 백인 대졸자와 고졸 이하층 모두에서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2016년 대선에 비해 각각 6%포인트 높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졸 이하 백인들로부터 64%의 지지를 얻고 있다. 대졸 이상 백인들로부터는 38%의 지지를 받았다. 고졸 이하·대졸 이상 백인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016년 대선 득표율과 일치한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에 대한 백인 지지율은 학력과 상관없이 2016년에 비해 늘었다. 바이든 후보는 대졸 이상 백인들로부터는 61%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고졸 이하 백인들로부터는 34%의 지지를 얻었다. 4년 전과 비교할 때 민주당 지지가 각각 6% 늘어난 것이다.


흑인 시위는 ‘찬성’…경찰 예산 축소 ‘반대’

지난 5월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 경찰에 의해 흑인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그러나 일부 시위는 약탈·방화로 변질됐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경찰 예산 삭감·중단을 들고 나온 것도 보수층들의 반감을 초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시간주 지역 언론인 디트로이트 뉴스와 WDIV-TV가 지난 1∼3일 미시간주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이 여실히 드러난다. 미시간주는 올해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8%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33%였다. 하지만 백인들만 놓고 보면 지지 열기가 조금 낮아졌다. 백인들의 51%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백인들의 반대 비율은 39%였다.

그러나 흑인 사망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경찰 예산 삭감·중단’에 대해선 반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응답자의 75%는 경찰 예산을 삭감하거나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들의 불법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그러면서 폭력적인 시위대를 향해 “이들 무정부주의자와 폭력배들은 바이든의 유권자들”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시위에 대한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법과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