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필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언에 “더럽혀진 손으로 안 된다”고 저격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가족 신파 소설’이라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어찌 검찰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으로 감추려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검찰 개혁은 깨끗한 손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걸 이태리(이탈리아) 말로 마니폴리테(Mani Pulite: 깨끗한 손) 운동이라고 한다”고 한 홍 의원은 “이미 더럽혀진 손으로 개혁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련의 검찰 행정을 보더라도 그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가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그는 “조국에 이어 추미애로 이어지는 이 정권의 법무부 장관은 어찌 판박이처럼 그 모양이냐”고 했다. 홍 의원은 마지막으로 “더 이상 부끄러운 손, 더럽혀진 손으로 검찰 개혁을 말하지 말라. 부끄러움을 알거라”고 비난했다.
앞서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해왔던 추 장관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장문에서 추 장관은 “아들이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남편을 거론하며 긴 해명을 했다.
“코로나19 위기로 힘든 시기에 아들 문제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로 시작된 해명 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그동안 말을 아끼며 인내해 왔다”고 했다. 추 장관은 “내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도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다”며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아들은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가 나머지 군 복무를 마쳤다”고 했다.
“내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고 고백한 추 장관은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해 내가 불편한 다리를 대신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 받았다. 완치가 안 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 않겠냐.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이제 진실의 시간”이라며 “검찰 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의 사과에도 야당의 공세는 계속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말 송구하다’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말 송구한 것이 없다’는 취지”라며 “지금껏 ‘소설 쓰시네’라고 비웃어 놓고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정말 송구하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어 “수사 대상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 특임검사 수사를 자청하거나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라”고 요구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아들의 황제 군복무 논란은 어디 가고 난데없이 가족 신파를 쓰냐”며 “가련한 시늉을 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이 ‘입장문’이라는 신파 소설을 내놓았다. 요즘 말로 웃프기 그지없다”고 한 그는 “법무장관은 대한민국 법 정의를 앞서 세우는 ‘정의의 장관’이다. 그런 막중한 책무를 진 자가 제 아들만 귀히 여겨 저지른 일이 죄다 들통나니 이제와 바짝 엎드리며 ‘불쌍하니 봐주십쇼’ 식의 동정을 구걸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내일 대정부 질문만 순탄히 넘겨보자며 대통령과 짜고 치는 가증의 눈물 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아들 서모씨의 ‘황제 군복무’ 논란의 본질은 어디 두고 난데없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남편을 소환해 가족 신파를 쓰나. 과거 삼보일배로 하이힐에 올라탈 수 없게 되었다는 자기 처지 비관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구차한 궤변”이라고 했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추미애의 아들에게만 주어진 특혜와 불공정에 분노한다”고 한 배 원내대변인은 “해명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제가 누군지 아나’라며 자신의 특권의식을 서슴없이 발휘한 추 장관 아들의 덜 떨어진 자신감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또 “이 땅, 대한민국 엄마들 중 추 장관보다 아들 덜 사랑한다는 엄마가 어디 있겠나. 귀한 아들들을 애끓이면서 나라에 맡겨야 하는 엄마들에게 오늘 추 장관의 입장문이 얼마나 가소롭겠나. 가련한 시늉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법 앞에 평등’의 본을 무너뜨리며 감히 법무, 검찰 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은 배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이 지금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아들 서씨의 군 특혜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수사 받으며 의혹을 명명백백 밝히는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땅바닥에 메어친 문재인 정권의 평균에 부응하는 저급한 소설은 이쯤이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