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추미애 사과, 해명 건너뛰고 엉뚱한 말만” 비판

입력 2020-09-14 05:03 수정 2020-09-14 09:38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내놓은 사과문을 두고 “해야 할 얘기는 모조리 빼놓고 엉뚱한 얘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사과를 하긴 했는데 도대체 ‘왜’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는 뭐 하려 하고, 이 맥락에 검찰 개혁 하겠다는 얘기가 왜 필요하냐. 도대체 그게 사안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꼬집었다.

이어 “(추 장관이) 자신은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원칙을 지켰는데 왜 사과를 하냐”며 “말이 사과지, 불필요한 얘기만 줄줄이 늘어놓고 정작 해명이 필요한 부분들은 다 건너뛰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장관님께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해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드리겠다”면서 “의원실 보좌관이 왜 아들 부대로 전화를 하나. 보좌관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봉급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그런 보좌관에게 아들의 뒤치다꺼리를 시킨 건 공적 자원의 사적 유용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또 “국방부 민원실엔 왜 전화를 하셨는지도 말씀하셨어야 한다. 아드님은 성인이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부대에선 ‘다음부터는 이런 건 네가 직접 하라’고 지도했다는 말이 나온다. 외압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역관 선발을 둘러싼 청탁에 관해서는 증인이 최소한 3명이 존재한다. 그들이 일관되게 청탁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아드님이 통역관 선발을 원한다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심려를 끼쳤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사과문을 보면 잘못하신 게 하나도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사과를 받더라도 그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정도는 알고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점입가경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더니, 이젠 포클레인을 부른다”고 첨언했다.

앞서 추 장관은 아들 서모씨의 특혜 휴가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이날 처음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인내하며 말을 아꼈다”며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도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왼쪽 무릎을 수술했던 병원에서 오른쪽 무릎을 수술받기 위해 병가를 냈고,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들은 한 달을 못 채우고 부대로 들어갔고 남은 군 복무를 마쳤다.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또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며, 제가 불편한 남편의 다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받았다. 완치가 안 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사퇴하진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이라며 “검찰 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제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