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로또 당첨자의 몰락… 왜 동생을 살해했을까

입력 2020-09-14 00:03 수정 2020-09-14 00:03

로또 1등에 당첨됐으나 배당금을 전부 쓰고 채무 상환에 시달리다 친동생을 살해한 50대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쯤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씨(50)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07년 로또 1등 당첨금 12억3000만원을 받아 남동생들에게 1억5000만원씩 나눠주고 여동생과 작은아버지 등 가족에게 수천만원씩을 선뜻 건넸다. 자신은 전북 정읍에서 정육점을 열었다.

숨진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돈에 자신의 목돈을 보태 집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로또 당첨 소식을 접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끊임없는 요구에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면서 당첨금을 모두 소진했다.

급기야 동생 B씨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정육점 경영마저 악화해 금융기관에 대출 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출금 상환이 자꾸 늦어지자 형제의 다툼은 잦아졌고 동생 B씨의 욕설을 들은 A씨는 술에 취해 정읍에서 차를 몰고 전주까지 찾아가 동생을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중범죄”라면서도 “피고인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시고 피해자를 찾아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가족이 법원에 선처를 탄원하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감경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도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여 감경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보여 형량을 다시 정했다”고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