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복학왕’에 이어 네이버웹툰 ‘헬퍼2: 킬베로스’가 연일 뭇매를 맞고 있지만 네이버웹툰은 여전히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헬퍼2’가 도마에 올랐다. 이 작품의 주 독자층은 성인 남성으로, 대중적으로 고루 인기를 얻는 작품은 아니었다. 때문에 문제 제기도 작품을 본 남성들의 입에서 나왔다. 이들은 성인 남자가 보기에도 작품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특히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19세 이용가로 분류됐다고 해도 수위가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공개된 ‘헬퍼2’에는 알몸으로 결박된 여성 노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머리카락은 모두 잘려 없어졌고 납치범들은 노파의 머리에 마약이 담긴 주사기를 꽂는다. 이밖에도 어린아이의 치마를 들추거나, 강간을 희화화하고 성착취물을 유통하는 장면도 있다.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은 2011년부터 연재됐는데, 본래도 폭력적인 작품으로 손에 꼽혔다.
여기다 유명 연예인을 조롱하는 캐릭터도 여럿 등장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 위너의 송민호 등이다.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희화화된 캐릭터는 ‘이지금’이다. 아이유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측은 “비판 여론을 알고 있고,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입장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지면서 공분이 거세지고 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기안84 ‘복학왕’ 논란 때도 여성단체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혐오 장사를 중단하라”고 외친 후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의 서명서와 요구안을 제출했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지금 독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매우 예민해지고 있다. 작가를 포함해 네이버웹툰도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할 책무를 지닌다. 웹툰이 B급 감성을 자극하면서 인기를 끄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여성혐오는 마이너한 코드와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쟁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사회적 흐름을 악성 댓글 정도로 치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더욱이 여성혐오는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약자를 혐오 프레임에 가두고 호불호의 문제로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