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에 이어…‘대출 논쟁’ 달아오르나

입력 2020-09-13 16:45 수정 2020-09-13 18:27

돈 빌리고 갚는 일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신용으로 빌린 돈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금융 당국이 집중 점검에 나설 태세다. 한쪽에서는 모든 사람이 장기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른바 ‘기본대출권’을 도입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대출권과 관련 “부자들만 이용하는 저리장기대출 기회를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자. 그러려면 미회수 위험(신용리스크)이 없어야 하므로 그 리스크는 정부가 인수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서민금융 이자를 대신 내 주자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서민대출 이용자 다수는 힘들어도 잘 갚는데 부득이 못갚는 소수의 신용위험을 동일집단(서민대출 이용자들)에게 고금리로 부담시키지 말고, 복지 지출에 갈음해 정부가 인수해 모두에게 장기저금리대출 혜택을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앞서 전날 올린 글에서 “대부업체는 회수율이 낮으니 미회수 위험을 다른 대출자들에게 연 24% 고리를 받아 전가하는데, 90% 이상은 연체 없이 고금리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다른 이의 미상환책임을 대신 진다”며 이는 바로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라고 주장했다. 이들 용어는 조선시대에 불법적으로 병역세를 징수했던 행태를 말한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에는 전액 무상인 복지와 전액 환수하는 대출제도만 있는데, 그 중간 형태로 일부 미상환에 따른 손실(최대 10%)은 국가가 부담해 누구나 저리장기대출을 받는 복지적 대출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에 효과적이라는 취지를 담은 기본대출권은 자칫 시장 금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과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금리가 형성되는 시장 금융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민간 금융 부문의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경우, 세밀한 정책설계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책 파급의 정도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이 지사는 “금융 관련 고위공무원이든, 경제전문가든, 경제기자든 토론과 논쟁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신용대출 급증세에 ‘핀셋 규제’ 만지작

한편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방안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금융 당국이 생계형 자금 등 외에 주택담보대출의 우회 활용 여부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미 당국과 은행권간 협의는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세에 주목하는 건 자금의 향방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 속에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로로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DSR은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DSR 40%(비은행권 60%) 규제를 개인별로 적용하고 있다. 차주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추가로 신용대출 등의 대출을 받아도 차주 단위 DSR 규제가 적용된다. DSR 규제 범위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넓히거나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 가능성에 반론도 있다. 자칫 자금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나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경우, 지난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 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8영업일만에 1조1000억원이 늘었다. 최저금리는 1.74% 수준으로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