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한국형 뉴딜 관련 펀드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대변되는 뉴딜 관련 업종 대부분이 정부 정책과 별개로 성장세를 탄 업종인 만큼 중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주요 종목 주가가 이미 가파르게 올라 뉴딜펀드 출시로 인한 단기 수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현재 출시를 앞둔 민간 뉴딜펀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KRX BBIG K뉴딜 ETF(상장지수펀드)’가 대표적이다.
14일 출시되는 삼성뉴딜코리아펀드는 친환경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T) 업종에 주로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삼성액티브운용 측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뉴딜펀드 회의에서 뉴딜펀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다음 달 7일 출시하는 TIGER KRX BBIG K뉴딜 ETF는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KRX BBIG K-뉴딜지수’에 기초한 첫 금융상품이다. 이 지수는 BBIG 각 업종당 3개씩 모두 12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K-뉴딜지수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해 해당 지수를 3개월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 7일 출시한 국내주식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상품 ‘NH-아문디 100년 기업 그린 코리아 펀드’도 민간 뉴딜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이 펀드는 ESG 중에서도 개선과 성장성이 눈에 띄는 전기차와 헬스케어 같은 친환경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
삼성액티브운용 모기업인 삼성자산운용도 BBIG 업종에 투자하는 ‘에프앤가이드 K뉴딜지수 ETF’(가칭)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공동 개발한 지수를 기초로 BBIG 업종별 5개씩 20개 종목을 담을 예정이다.
민간 뉴딜펀드는 국내 대표 성장 업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게 기본 시각이다. BBIG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BBIG 주요 종목 대부분이 그동안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급등한 대형주라 눈부신 신규 수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뉴딜지수 12개 종목 중 10개가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는다. 이 중 6개는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권 종목이다.
한시적이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BBIG K-뉴딜지수 사용을 독점한다는 점은 다양한 관련 상품 출시를 제한해 흥행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업계는 BBIG 주요 종목을 편입시킨 뉴딜지수 구성이 독창적이지 않음에도 한국거래소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배타적 사용권을 줬다며 불만이다.
강송철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상장된 ETF 중 코스피 등 대표지수를 추적하지 않는 상품은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300억원 이하 수준이었다”며 “K-뉴딜지수 ETF가 상장돼도 초반 규모는 이를 크게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