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구조조정과 소송전…‘노딜’ 아시아나항공이 마주한 과제들

입력 2020-09-13 15:52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이 공식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직개편, 자회사 분리 매각 등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HDC현산과의 계약금 소송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었던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의 국민 세금이 부실기업을 살리는 데 사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은,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 중인 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지분율 37%)로 오른 후 경영정상화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노선조정, 원가절감, 조직개편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항공사의 몸집은 줄이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재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받으면 6개월 간 고용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도 지난 11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임직원 순환휴직, 유급휴직 등 자구노력을 통해 다음 달 말까지 1800억원의 인건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기안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인력 부분은 급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희망퇴직 등 소규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먼저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 검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와 IT계열사인 아시아나IDT, 예약·발권업체인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등 총 6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기안기금 지급 대상 기업은 원칙상 계열사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자회사 직원들은 향후 회사 행방을 알 수 없어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HDC현산을 상대로 한 2500억원 규모의 계약이행보증금 반환 소송도 준비해야한다. HDC현산은 그간 아시아나항공 측이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며 인수 무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논리를 토대로 계약금 중 일부라도 돌려달라는 소송을 조만간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 측에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포기한 한화가 2018년 법원에서 보증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돌려받은 사례는 HDC현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당시 법원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방해로 제대로 실사하지 못했다’는 한화의 논리를 일부 인정했다. 반면 동국제강이 쌍용건설과의 M&A를 포기한 후 2011년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건은 아시아나항공 측의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시 법원은 ‘4개월이라는 충분한 자료 검토 시간이 있었고 이행보증금 규모가 크지 않다’며 쌍용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