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미국인 코로나19 사망자 숫자인 20만을 부각하며 검은색 테두리를 두른 표지를 선보였다. 타임이 표지 테두리를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채색한 건 2001년 9·11 테러 이후 19년 만이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였던 9·11만큼이나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타임은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월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 발생한 일일 사망자 수를 손 글씨로 빼곡하게 적어 놓은 최신호(9월 21일 자) 표지를 공개했다. 그 위로 20만명에 근접한 미국 코로나19 사망자를 뜻하는 ‘200,000’ 숫자를 크게 표시하고 그 아래에는 빨간색 작은 글씨로 ‘미국의 실패’라고 적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표지 테두리 색깔이다. 타임은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포함해 표지에 검은색을 종종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특집호에서처럼 테두리까지 검게 칠한 사례는 지금까지 2001년 9·11 테러가 유일했다고 타임 측은 설명했다.
표지 디자인은 타임 표지 삽화를 여러 차례 기고해온 예술가 존 머브루디스가 맡았다. 그는 최신호 표지 삽화 제작을 위해 존스홉킨스대 코로나바이러스 자원센터가 집계한 일일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활용했다. 머브루디스는 “이 표지가 이 재앙에 둔감해진 이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과학과 상식이 이 위기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테두리 색깔을 관례적으로 써온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하자는 결정은 타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D. W. 파인이 내렸다고 한다. 파인은 지난해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올린 글에서 “(타임의) 빨간색 테두리는 디자이너로서 축복이자 저주”라며 “빨간색은 즉각적으로 시선을 끈다는 장점이 있지만 디자이너로서는 테두리 안쪽에 그려진 삽화나 도안이 주목을 덜 받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 있다”고 적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