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주장 완장 차고 돌아온 메시의 ‘불편한 동거’

입력 2020-09-13 11:48 수정 2020-09-13 12:49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13일(한국시간) 안방에서 열린 힘나스틱 데 타라고나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생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급작스러운 이적설로 논란을 빚었던 리오넬 메시(33·아르헨티나)가 13일(한국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주장 완장을 차고 첫 연습경기를 뛰었다. 메시는 계약 종료일인 다음 해 6월 30일까지 신임 로널드 쿠만 감독과의 불화설과 팬들의 불신을 떠안고 바르셀로나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전망이다.

메시는 이날 바르셀로나의 요한 크라위프 경기장에서 스페인 3부리그 소속 힘나스틱 데 타라고나와 치른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날 경기는 2020~2021시즌을 준비하는 바르셀로나의 프리시즌 첫 연습경기였다. 쿠만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 치른 첫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이날 타라고나에 3대 1로 이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진단검사를 받고 뒤늦게 팀 훈련에 합류한 메시는 이날 첫 친선경기에 출전해 전반 45분을 뛰었다. 쿠만 감독은 후반 시작하면서 11명의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앞서 메시는 지난달 25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가 8강에서 탈락한 직후 이적을 요구했다. 구단 수뇌부 및 쿠만 감독과 불화가 원인이다. 쿠만 감독은 취임 후 메시와의 면담에서 “이제 당신의 특권은 없다. 오직 팀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시의 팀 내 강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선수단 장악의 첫 타깃으로 메시를 강하게 몰아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메시는 ‘월드 스타’ 인기세에 힘입어 한 선수가 지녀야 할 영향력 이상을 팀에 행사해왔다. 과거 티토 빌라노바,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 선임 때 메시와 그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의 입김이 들어갔다. 마르티노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메시 부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후 바르셀로나와 메시의 계약 기간은 다음 해 6월 30일까지지만, 메시는 시즌 종료 시점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며 이적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계약상 ‘7억 유로(약 9800억 원)의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을 받아야 한다’며 메시를 붙잡았다. 스페인 라리가 사무국은 구단의 손을 들어주자 메시는 애초 계약 기간인 2021년 6월 30일까지 팀에 남기로 하면서 팀에 복귀했다.

메시는 팀 동료의 투표를 통해 1순위로 다시 주장 완장을 달며 3년 연속 주장직을 맡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12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를 포함한 2020~2021시즌 주장직을 맡은 4명을 발표했다. 지난 8일 연습 훈련에 참여하는 등 공식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팀 동료들의 신임으로 1순위 주장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앞선 바르셀로나와의 불화가 팀에서 활동에 불편함을 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는 내 인생의 클럽이다. 나는 여기서 내 인생을 만들었다”고 말한 만큼 바르셀로나와의 마지막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그에겐 숙제다. 그의 숙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영국(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페인(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유벤투스)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동안 메시는 바르셀로나에만 충성했다는 이력도 박수를 받아왔다는 점도 그에게 팀과의 갈등을 키울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메시가 팀에 재계약할 가능성도 희박하긴 하지만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 체제의 변화가 키다. 2014년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뒤 팀 운영은 실패를 거듭하며 하락세를 탔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팬들이 회장 불신임 투표를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메시 이적설로 바르토메우 회장을 둘러싼 여론이 최악인 만큼 협동조합 형태의 바르셀로나는 팬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