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승강기에 갇혀 공황장애 앓다 사망… “업무상 재해”

입력 2020-09-13 10:51 수정 2020-09-13 10:57
승강기 비상호출 버튼.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법원이 퇴근길 엘리베이터에 갇힌 뒤 공황장애를 앓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숨진 A씨의 아버지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의 한 게임회사에 다니던 A씨는 2016년 10월 5일 오후 9시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다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는 20여분 만에 A씨를 구조했다.

사고 이후 A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불안증세가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세가 심해져 종종 실신하기에 이르렀다. 실신할까 두려워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까지 얻었다.

결국 A씨는 사고 6개월 만인 2017년 4월,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가족은 A씨가 퇴근길에 겪은 사고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적인 일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업무상 재해인 엘리베이터 사고로 또는 사고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겹쳐 잠재돼 있던 공황장애 소인(素因·병에 걸릴 수 있는 신체 상태)이 공황장애로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겪은 사고는 퇴근하기 위해 건물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법상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