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아무런 조치 없이 멀쩡하게 차 안에만 있다 구급차가 오자 내리더라.”
“횡설수설하면서 오히려 저희한테 ‘누가 중앙선을 침범한거에요?’라면서 되물었다”
“경황이 없어 동승자 벨트엔 관심이 없었지만 가해자와 동승자가 뒷짐만 지고 쳐다본 건 맞다”
치킨 배달을 하다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가장의 참변 이른바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사고의 최초 목격자이자 신고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다. 목격자 안모씨는 사고 발생 이후에 현장을 목격했으며 현장 수습 및 피해자 이송 등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지난 9일 0시53분쯤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도로에서 발생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에 나선 50대 가장은 벤츠 차량에 치여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30대 여성인 가해자는 사고 당시 만취 상태였으며 중앙선을 넘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타까운 사고는 한 배달 앱에 ‘치킨을 시켰는데도 오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고객에게 유가족인 딸이 댓글을 남기면서 알려졌다. 9일 오전 배달 앱엔 인천에 위치한 한 치킨가게 후기로 “배달도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날 자신을 치킨가게 사장의 딸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손님의 치킨을 배달하러 가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했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텐데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답변했다.
같은 날 딸은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아무리 실수여도 사람이 죽었고 7남매 중 막내가 죽었고 저희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이 났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대로만 수사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40만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이틀 연속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경찰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김병구 인천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사고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다음은 최초 신고자이자 목격자인 안모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당시 현장 상황은
“지난 9일 새벽에 지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갔어요. 그런데 검은색 벤츠 차량이 중앙선을 넘은 상태로 멈춰 있더라고요. 급하게 차를 세우고 보니까 앞에는 오토바이 잔해들이 있었어요. 뒤쪽으로 가보니 사람이 엎어져 있었고요. 급하게 119 신고를 하고 가해 차량 쪽으로 갔어요. 혹시 가해자도 부상을 당했나 싶어서요. 그런데 아무런 조치 없이 멀쩡하게 차 안에만 있더라고요.”
-119 신고 이후 가해자 반응은
“저희가 신고를 다 하고 6~7분쯤에 구급차가 왔어요. 그제서야 가해자와 동승자가 차에서 내렸어요. 두 발로 멀쩡하게요. 겉으로 보기에도 술에 취한 상태였어요. 계속 횡설수설하면서 오히려 저희한테 ‘누가 중앙선을 침범한거에요?’라면서 되물었어요. 이후에 경찰이 왔는데 그 가해 여성분은 경찰한테도 횡설수설했어요. 동승자 남성분은 변호사한테 연락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변호사님’ 이러면서요.”
-청원에 언급된 내용이 사실인지
“관련 기사들이 나오고 지인들과 댓글을 남겼어요. 목격자인데 가해자 측이 안일하게 대처를 했다고요. 동승자가 바지벨트를 풀었다는 얘기는 누가 썼는지 모르겠어요. 우선 현장에 함께 있던 지인 중에는 쓴 사람이 없고요. 사고 당시에도 그 사람이 벨트를 찼는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워낙 경황이 없어서요. 그런데 가해자와 동승자가 뒷짐만 지고 쳐다본 건 맞아요. 물론 본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그런데 저희가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그 전까지 적극적인 대처를 안 한건 맞아요.”
-사건을 접한 목격자로서 들었던 생각은
“가해자가 경찰한테 그런 핑계를 댔어요. ‘왕산 해수욕장에서 술을 먹고 대리를 불렀는데 대리가 안 와서 자기가 운전했다’고요. 대리가 안 온다고 해서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잖아요. 법이 처벌을 약하게 하니까 이런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 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끔찍한 사고인지 직접 봤기 때문에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