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두 호소…스승은 “돌아오라”, 제자는 “함께해달라“

입력 2020-09-11 18:35 수정 2020-09-11 18:45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 의대 3학년생이 전공의 파업 지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성명문 옆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생들이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에서 스승과 제자의 호소가 엇갈렸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과 원장들이 “학교로 돌아오라”고 부탁하자 의대생들은 “함께해달라”고 답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11일 오전 의대생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내 의사 국가시험 거부 등 집단행동의 중단을 촉구했다. KAMC는 전국 40개 의대 및 의전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KAMC는 정부가 추진하려 한 의료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의대생들의 인식에 동감한다며 “이를 원점에서 새로이 논의하는 의정협의체를 이끌어낸 여러분의 문제의식과 헌신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현장으로 돌아오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KAMC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그간의 열정으로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국민들에겐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KAMC는 “의료인의 사회적 책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며 “그간의 혼란이 정책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했더라도 겸허한 성찰과 용기있는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엔 제자들도 호소문을 냈다. 다만 메시지는 정반대였다. 학장·원장들의 ‘복귀 호소’를 의대생들은 ‘연대 호소’로 받아쳤다.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은 호소문에서 “우리의 승전고는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의료 정책 추진을 항시 감시·운영할 수 있는 의료계의 감독기구”라며 “학생으로 시작해서 학생으로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은 “당정청이라는 거대한 벽이 던지는 폭거에 맞섰다”며 국시 거부 등 집단행동을 ‘빛나던 투쟁’이라 자평했다. 전공의·전임의 등이 집단휴진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은 홀로 남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했다.

이어 의대협은 “선배님들과 스승님들께 읍소한다”며 “올바른 의료를 위해 움직인 투쟁의 유일한 이유를 우리 몸에 다시금 아로새기며, 함께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의대협은 전날 오전부터 시작한 내부 논의 및 표결을 거쳐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시 거부 관련 논의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