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는 아이템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대화면을 갖춘 태블릿PC의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늘었다. 스마트폰이 역성장을 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탭S7과 탭S7+ 등 2종류의 태블릿PC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크기와 배터리 용량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양은 비슷하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2종류(11형, 12.9형) 내놓은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읽히는 이유다.
두 제품 중 화면이 더 큰 탭S7+를 사용해봤다.
태블릿과 노트북의 교집합
하지만 집 밖으로 외출할 때라면 좀 얘기가 달라진다. 탭S7+의 무게는 575g(5G 모델 기준)로 요즘 태블릿PC치곤 가볍지 않다. 여기에 전용 키보드 북커버(505g)를 더하면 1㎏이 넘는다. 가볍게 들고 나가기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키보드 북커버를 함께 쓰지 않는 건 탭S7+를 절반만 활용하겠다는 의미와 같다. 이 제품은 콘텐츠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S펜과 키보드 북커버가 있다.
키보드 북커버는 마우스 기능을 하는 터치 패드와 여러 기능 키가 별도로 추가돼 있다. PC 키보드처럼 ESC·Delete·삼성 덱스 연결키를 비롯한 볼륨과 밝기 조절 등 다양한 미디어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다.
S펜은 갤럭시 노트20에 들어간 것보다 커서 손에 쥐었을 때 진짜 필기구의 느낌을 준다. 노트20 S펜이 급할 때 가볍게 메모하는 느낌이라면, 탭S7+는 또박또박 적는 기분이 들게 한다.
여기에 일러스트·웹툰·애니메이션 제작툴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를 안드로이드 최초로 지원하며, 필기앱 ‘노트쉘프(Noteshelf)’, 8000개 이상의 템플릿을 무료로 제공하는 그래픽 디자인 제작 플랫폼 ‘캔바(Canva)’를 선탑재해 S펜 활용도를 높였다.
탭S7+는 ‘덱스(Dex)’를 단독으로 실행할 수 있다. 덱스는 사용자환경(UI)을 PC와 비슷하게 만들어줘서 노트북에서 작업하는 것처럼 탭S7+를 활용할 수 있다. 최대 3개까지 동시에 창을 띄울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도 지원한다.
MS와 협력…생태계 확대될까
삼성전자는 모바일 분야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라인업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노트북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쓰기 때문에 기기를 넘나드는 연결성에선 부족한 면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MS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약점 극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탭S7에 탑재된 삼성 노트앱을 MS의 원노트, 아웃룩과 동기화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한 삼성 계정으로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에 접속하면 여러 기기에서 하던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MS와 협업을 통해 삼성 생태계를 서서히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탭S7+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의문점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다. 이 무게와 가격이라면 굳이 태블릿을 살 게 아니라 노트북을 사는 게 낫지 않냐는 것이다. 탭S7+는 태블릿과 노트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지만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탭S7+는 5G 모델 가격이 134만9700원이다. 웬만한 노트북 가격과 다르지 않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필요한 작업에는 윈도가 탑재된 노트북이 현재로선 더 최적화돼 있다는 생각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