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에 경찰이 보복수사?…검찰 “들여다보겠다”

입력 2020-09-11 17:12
지난 2018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뉴시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 경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한 변호사를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보복성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경찰의 강압수사와 보복수사 의혹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은 11일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과 관련 변호인이 제기하는 경찰의 강압 수사 및 인권 침해 주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변호인에 대한 경찰의 보복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 “변호인에 대한 경찰의 보복성 수사 주장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일어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인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찰관 A씨가 피의자 신분인 외국인 근로자 B씨를 강압 수사했다면서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을 KBS에 제보했고, 지난해 5월 보도가 이뤄졌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A씨가 123차례에 걸쳐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한 부분 등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4월 KBS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당시 뒷모습과 목소리를 변조하지 않아 개인정보를 침해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 변호사를 조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지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최 변호사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4일 소속 법률사무소 블로그에 글을 올려 “수사관이 문제삼은 영상은 경찰이 녹화한 것이며 정보공개절차를 통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뉴스를 만든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이 아니라고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변조하지 않고 언론사에 영상을 제기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논리가 타당한가?”라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보복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변협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경찰의 강압 수사 문제점을 지적한 변호인에 대한 보복성 기소 의견 송치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한다”며 “변호인에 대한 보복을 즉시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민변도 10일 “공익제보를 통해 실현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공권력 남용에 대한 민주적 감시라는 공적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강압 수사를 제보한 변호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가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10일 “해당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보도된 내용과 같이 강압수사 의혹이나 보도 제보에 대한 보복적 차원에서 접근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