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운영진 다 잠적, 증거 보완해 디지털 교도소 재개한다”

입력 2020-09-11 16:58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성범죄 혐의자들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해오다가 최근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논란에 휩싸인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운영 재개를 선언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11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누명을 썼던 사람들에 대한 사과와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담은 입장문을 올렸다. 자신을 ‘2대 운영자’라고 밝힌 인물은 “1기 운영진의 신원이 경찰에 의해 모두 특정됐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황”이라며 “디지털 교도소 운영이 극히 어렵다고 생각해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1기 운영자는 미국 HSI(국토안보수사국)의 수사협조 소식을 들은 후 지난달부터 이런 사태에 대비했고, 여러 조력자에게 서버 접속 계정과 도메인 관리 계정을 제공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고심 끝에 내가 사이트 운영을 맡게 됐다”고 덧붙였다.

2대 운영자는 “디지털 교도소가 현재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이어지는 반면 대한민국의 성범죄자들은 죄질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의 징역을 살고 나면 면죄부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대 운영자는 “이대로 디지털 교도소가 사라진다면 수감된 수십명의 범죄자들은 모두에게 잊히고 사회에 녹아들어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법원 판결, 언론 보도자료,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을 공개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또 “증거 부족 논란이 있었던 1기와는 다르게 완벽한 증거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업로드된 게시글 중 조금이라도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차 없이 삭제했고 일부 게시글은 증거 보완 후 재업로드 예정”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로 누명을 썼던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격투기 선수 출신 김도윤씨를 언급하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내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 혐의자 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신상정보를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올라왔던 채 교수와 김씨가 확인 결과 성범죄 혐의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이 사이트에 등록된 한 고려대 재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7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및 조력자 검거를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현재 사이트 운영진 일부를 특정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를 검거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하 입장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디지털교도소를 이어받게된 2대 운영자입니다.

현재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되었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은 극히 어렵다고 생각하여 1기 운영진들은 운영을 포기하고 잠적한것으로 판단됩니다.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는 미국 HSI의 수사협조 소식을 들은후 8월부터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였고, 여러 조력자들에게 서버 접속계정과 도메인 관리계정을 제공하여 사이트 운영을 재개하여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리고 고심끝에 제가 사이트의 운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디지털교도소는 현재 여론으로부터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는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이어지는 반면 대한민국의 성범죄자들은 그 죄질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의 징역을 살고나면 면죄부가 주어집니다.

디지털교도소는 이러한 성범죄자의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껴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고 사회의 제재를 받도록 해왔습니다.

범죄 재발을 막고, 대한민국 법원의 비상식적 판결에 상처입은 피해자들을 위로해 왔습니다.

이때까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고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았던 온라인 지인능욕범죄, 음란물 합성유포 범죄 역시 디지털교도소가 응징해 왔습니다.

이대로 디지털교도소가 사라진다면 수감된 수십명의 범죄자들은 모두에게 잊혀지고 사회에 녹아들어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될겁니다.

디지털교도소는 앞으로 법원판결, 언론 보도자료,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공개를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증거부족 논란이 있었던 1기와는 다르게 완벽한 증거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진행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업로드된 게시글중 조금이라도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차없이 삭제하였고, 일부 게시글은 증거 보완 후 재업로드 예정입니다.

허위 제보를 충분한 검증없이 업로드한 1기 운영진에 피해를 입으신 채정호 교수님, 김도윤 님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