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계속된 산불로 로스앤젤레스(LA)에 26년 만의 최악의 스모그가 내습했다. 샌프란시코에는 한낮에도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LA 도심은 흡사 종말을 앞둔 듯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최근 인근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밥캣 산불’의 연기가 서서히 도심으로 흘러들어왔다. 이 산불은 벌써 2만 에이커(80여㎢)가 넘는 산림을 태우고 지금도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랗기로 유명한 LA 오후의 하늘은 순식간에 잿빛과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사우스코스트 대기 질 관리국은 노동절 연휴 주말이던 지난 6일 LA 도심의 오존 농도가 185ppb(1ppb는 10억분의 1)까지 치솟았고, 8시간 평균 오존 농도도 118ppb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이래 가장 높은 오존 농도로 연방정부의 대기질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건강에 매우 해로운 수준인 70ppb의 2∼3배에 가깝다. LA 인근 오렌지 카운티의 8시간 평균 오존 농도도 123ppb로 측정을 시작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 질 관리국은 지난 주말 화씨 121도(섭씨 49.4도)까지 치솟은 기록적인 폭염과 대기 정체 현상이 겹치면서 오존 농도가 극도로 나빠졌고, 최악의 스모그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LA타임스는 환경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스모그를 일으키는 광화학 반응을 가속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의 산불도 더 많은 오염물질을 공기 중으로 배출하면서 스모그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LA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캘리포니아 지역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는 점이다. 앞서 CNN은 전날 산불이 맹위를 떨치면서 캘리포니아주 베이(Bay, 산으로 3면이 둘러싸인 평지) 지역에 재들이 쏟아지며 마치 화성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대낮에도 석양 무렵인 것처럼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고, 길가에 주차한 자동차 지붕과 보닛 위에는 새카만 분진이 잔뜩 내려앉았다.
베이지역 대기 질 관리국도 전날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발생한 산불 연기 때문에 대기 오염이 건강에 해로울 정도임을 의미하는 ‘스페어 디 에어’(Spare the Air) 경보가 25일 연속 발령됐다”고 경고했다. 사상 최장기간 이어진 대기 질 경보 발령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