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상냥한 성격에 늠름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견종, 푸른 눈동자의 시베리안 허스키입니다. 한국식 별명은 허숙희.
만나는 사람마다 “너 정말 멋지다!”라며 숙희에게 엄지를 척 올리는데요. 하지만 그 푸른 눈망울에는 슬픈 사연이 맺혀 있습니다.
차가운 비가 쏟아지던 그날 새벽
때는 지난 7월 29일. 그날따라 차가운 비가 내리고 등산객 발길이 끊긴 서울 등촌동의 어느 야산. 커피를 파는 상인들은 “아 오늘 종쳤네”라며 포차를 접으러 함께 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산꼭대기에 웬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짧은 줄에 묶인 채 갈빗대가 드러난 시베리안 허스키였죠. 버려진 것도 모르는지 녀석은 상인들에게 으르렁대다 나무 뒤로 숨었습니다.
잠시 뒤 숙희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고, 목줄도 순순히 차더랍니다. “이리 오렴” 하는 말에 얌전히 따라오는 걸 보니 행동교육도 잘 받은 듯했죠.
얘를 어쩌나, 고민하던 상인들은 오늘의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지역에서 유명한 동물 구조자인 50대 김태식씨. 중소기업 사장인 태식씨는 숙희의 딱한 사연을 듣고는 곧장 회사 문을 나섰습니다.
내 품에 파고드는 녀석, 어떻게 미워할까요
태식씨는 숙희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제 몸에 얼굴을 푹 파묻더라고요. 첫만남에 이러는 개는 처음 봤어요. 아, 웃지 못할 사연도 있었어요. 제가 쭈그려 앉았는데 갑자기 등줄기가 뜨뜻한 거예요. 보니까 숙희가 낯선 냄새가 난다고 제 뒤에 오줌을 싼 거죠. 하지만 그새 정이 들었는지 웃음만 나오더라고요.”
동물병원에서 확인해보니 녀석은 너무 야윈 상태였어요. 또래 수컷들은 최소 20kg은 나갈텐데 2살 수컷 숙희는 체중이 15kg밖에 안 됐어요. 그간 얼마나 굶었던지 30초 만에 사료 한 사발을 뚝딱 해치웠죠.
그런데 저런, 숙희에겐 작은 장애의 흔적이 있었어요. 어릴 적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골반이 왼쪽으로 20도 정도 휘었답니다. 뛰고 걷는데 문제가 없지만 외형상 예쁘지 않으니까요. 아마도 그 모습 때문에 이전 가족들은 숙희를 버렸건 건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유기견, 오늘은 유치원 핵인싸!
현재 숙희는 경기 안성시의 반려견 놀이터인 호텔멍집사에서 이곳을 찾는 견공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 몸집만 컸지 순둥순둥해서 자신보다 작은 견공들에게 먹을 것도 양보한다고 하네요.
허스키하면 하루 20km 넘게 눈썰매를 끄는 강인한 체력이 떠오르죠. 허스키의 피가 흐르는 숙희도 에너자이저 본능을 맘껏 드러내고 있어요. 하루 2번 산책을 못한 날이면 밤 10시까지 거실 여기저기를 ‘우다다’ 뛰어다니고, 수백m 밖의 차 엔진소리를 포착하고는 미리 현관 앞에 앉아 보호자를 기다린대요.
시베리아 출신 아니랄까봐 더운 날이면 수영장에 빠져 삽니다.
제보자는 “전국 어느 곳에 계시든 제가 직접 차를 끌고 숙희를 데려다 줄 수 있다”며 사랑스런 숙희가 가족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숙희를 함께 응원해주실 분들은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알림 설정해주세요. 위기의 동물이 행복해질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잘생긴 시베리아 허스키, 숙희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 수컷, 2살(중성화 예정)
- 활동량이 많아요. 하루 2번 산책해요.
- 묶어 키울 수 없으며 마당이 있다면 울타리를 설치해주세요.
- 골반이 왼쪽으로 약 20도 휘었고 꼬리를 움직이지 못해요.
- 사회성이 뛰어나 사람·동물과 두루 잘 지냅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znzl2455@naver.com으로 소중한 연락 부탁드립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