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아들 ‘용산 배치’ ‘통역병 선발’ 청탁 있다는 보고 받았다”

입력 2020-09-11 11:50
지난 10일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권현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카투사로 복무할 때 지휘관인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던 이철원 전 대령이 서씨의 부대 배치와 통역병 선발 등을 둘러싼 청탁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고 밝혔다. 서씨가 자대 배치 전 미신병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을 때 참모 한 명이 “모처에서 서씨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묻기에 ‘안 된다’고 했다”고 보고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열릴 무렵에는 여러 참모가 “서씨의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전화가 다수 걸려온다”는 취지의 보고를 해 왔다고 한다.

이 전 대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11일 국민일보에 보내 왔다. 추 장관 아들 서씨의 부대 분류,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여부를 놓고 ‘청탁이 있다’는 보고가 계속됐다는 것이 입장문의 골자다. 이 전 대령은 “현역인 부하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지켜만 보고 있었다” “신원식 의원실 보좌관과 통화를 했는데 일부 내용만 보도됐다”며 그간의 침묵을 깨고 입장을 표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대령은 한때 부하 병사였던 서씨를 ‘서군’이라 칭하며 서씨의 군생활 당시 여러 청탁 정황을 증언했다. 서군이 2016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미 신병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에는 참모 한 명이 서군의 부대 배치와 관련해 ‘용산’을 거론한 문의가 있었다고 보고했다고, 이 전 대령은 설명했다. 이 전 대령에 따르면 이 참모는 “모처에서 서군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는데 ‘안 된다’고 하면서 카투사 부대 분류를 설명했다”고 보고했다.

용산은 서울 내에 있고 근무강도가 낮다는 인식이 있어 카투사들 틈에서도 선망하는 보직으로 꼽혀 왔다. 이 전 대령은 이 참모의 보고를 받고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체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의 말을 했다”고도 입장문에서 밝혔다.

이 같은 일이 있은 뒤 이 전 대령은 서씨의 미신병교육 수료식에서 “청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령은 “청탁 관련 참모 보고를 의식해 부대장 인사말 시간에 ‘청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당부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서씨 측은 수료식에 수많은 병사와 가족이 있으며, 청탁이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라 주장해 왔다. 다만 ‘청탁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었으며, 이 전 대령 역시 서씨 가족을 상대로 별도의 교육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에게 일반적인 당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령은 이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무렵에도 서씨와 관련한 청탁이 있음을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참모들로부터 “서군과 관련해 여러 번 청탁 전화가 오고, 2사단 지역대에도 청탁 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령은 부하들에게 추후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지역대별 추첨으로 통역병을 선발토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 전 대령은 “이후 제가 2사단 지역대에 가서 서군을 포함한 지원자들을 모아놓고 제비뽑기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령의 증언들이 앞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경유해 다수 보도되자, 여권에서는 이 전 대령과 신 의원이 한때 3사단장과 참모장으로 근무한 사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이 전 대령은 “신 의원과 저는 3사단장과 참모장으로 2011년 1월 말부터 4월말까지 약 3개월을 같이 근무했다”고 했다. 그는 “34년의 군 생활 중 같이 근무한 수백명 중 한 분이며, 이번 일로 인해서 거의 9년 만에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서씨 측은 지난 9일 이 전 대령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해 달라고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서씨 측은 “컴퓨터로 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청탁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전 대령의 증언에 따라 적어도 ‘모처’에서 서씨의 용산 배치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는 의혹, 통역병 선발을 희망했다는 의혹은 다시 표면화하게 됐다.

이 전 대령은 “코로나 사태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제가 과거 지휘를 했던 한국군지원단에서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제 전우들이 이런 일을 겪게 돼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더 이상 정파싸움이 되지 말고 군의 청탁문화가 바뀌는 계기기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 관련 인원은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이 사건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