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경제가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경기 평가를 한걸음 더 물러세웠다. 정부는 지난 7~8월 두 달 연속으로 ‘내수 개선’ ‘수출·생산 부진 다소 완화’ 등의 표현을 쓰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었다. 하지만 이달에는 8월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에 따라 실물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표현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을 발간했다. 그린북에서 기재부는 “최근 한국 경제는 일부 내수지표의 개선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수출·생산의 부진 완화 흐름이 이어졌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 및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한국 경제에 대해 정부가 내놓는 일종의 공식 진단서다. 한국 경제를 어떤 표현을 들어 평가하는지에 따라 정부가 경기 상황 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나타나자 지난 3월 이후 5월을 제외하고 매달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한국 경제 상황이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공식화한 셈이다.
“불확실성 확대”…부정적 평가 더해
기재부는 지난 6월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한국 경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이후 수출·생산 하락세가 이어지자 7월과 8월에는 “실물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특히 기재부는 8월 그린북에서 “코로나19, 장마 등에 따른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관련 지표의 개선흐름이 이어지고 수출 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달에는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부정적 표현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주요국 실물지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등으로 개선 속도는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상황 모두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 지표 악화 두드러져…소비도 부진
지난달 고용 지표의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정부의 경기 인식도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취업자는 2708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만4000명 감소했다. 6개월 연속 감소세다.15~64세 고용률은 65.9%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은 3.1%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 관련 지표에서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 그리고 백화점 매출액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6월 44.9% 증가했던 승용차 판매는 7월 11.7%, 8월 10.7%로 증가폭이 줄었다. 승용차 개별 소비세 인하 폭 축소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매출액도 4~5월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6월 0.4% 증가했지만, 7월과 8월 각각 -2.9%, -7.7%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였다. 대면·비대면 소매매출의 흐름을 보여주는 국내 카드승인액 증가율은 6월 9.3%에서 7월 4.8%, 8월엔 3.4%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2로 전달 대비 4.0포인트 상승해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수출 6개월 연속 감소…“경기보강에 총력”
수출도 대외 여건 악화로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9% 감소했다. 조업일수가 전년 대비 1.5일 줄어들며 감소 폭이 전달(-7.1%)에 비해 소폭 확대됐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평균 수출액도 18억 달러로 3.8% 감소했다.기재부는 코로나19 피해지원 및 경기보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철저한 방역 대응에 만전을 기하면서 기존 정책과 함께 지난 10일 발표한 4차 추경 등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피해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및 경기보강 노력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