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중동서 미군 빼는 트럼프… 다음은 한국?

입력 2020-09-11 09: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미들랜드를 방문해 브리핑을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시일 내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과 중동에서 연이어 주둔 미군 감축이 이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역시 철수하길 원한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매우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아프간 주둔 미군은 4000명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은 2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감축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졌던 감축 규모보다 훨씬 확대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 2월 탈레반과의 협의를 통해 135일 이내에 1만2000명 수준의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86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라크의 경우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이 지난 9일 현지 주둔 미군을 이달 중으로 52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우리를 심하게 이용한다. 그들은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내야 할 돈을 내지 않는다”며 주독미군을 대폭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주독미군은 3만6000명 규모의 병력을 2만4000명으로 3분의1가량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해외 주둔 병력 철수는 ‘끝없는 전쟁’을 끝내고 미군을 귀환시키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른 것이다.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군 전사자를 ‘호구’로 칭하며 군을 모독했다는 논란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 귀환을 성과로 내세워 미군의 목숨을 걱정하는 군 통수권자의 이미지를 내세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드는 가운데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신간 ‘격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길 원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미 일간 USA투데이가 입수한 우드워드의 사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고 있고 그들은 텔레비전과 배, 그 밖의 모든 것으로 거액을 벌고 있다”면서 “한국은 매우 많은 돈을 번다. 우리는 (주한미군을 유지하는데) 100억 달러가 든다. 우리는 호구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을 지목해 “당장 빼내라(Get them out)”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또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에 최측근 참모들마저 속으로 불만과 답답함을 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한미연합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감축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이런 행동은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적에게 알려주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국방장관 시절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에 대한 위협부터 나토와 다른 미 동맹들에 대한 공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속에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교회에 나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