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음주운전 참변… “배달 왜 안와” 항의에 딸 댓글

입력 2020-09-11 07:46
국민일보DB, '배달의 민족' 앱 캡처

치킨 배달을 하다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가장 A씨의 딸이 배달 앱을 통해 항의하는 고객에게 쓴 댓글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을왕리 음주운전 사망 사건 피해자의 딸이 ‘배달의 민족’ 앱에 남긴 댓글이 1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목을 모았다. 앱 이용자가 해당 게시글을 캡처해 퍼나른 것이다.

해당 캡처에 따르면 사고로 인해 치킨 배달을 받지 못한 손님은 정황을 알지 못한 채 “배달 시간은 한참 지나고, 연락을 받지도 오지도 않는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늦은 시간 못 오면 못 온다고 연락도 없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항의성 글을 남겼다.

이에 고인의 딸은 “OO님, 우선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사장님 딸입니다. 손님분 치킨 배달을 하러 가다가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습니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사고는 지난 9일 오전 0시53분쯤 인천 중구 을왕동의 한 호텔 앞에서 벌어졌다. 벤츠 승용차를 몰던 B씨가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사고 당시 B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인 치킨집 사장 A씨가 숨졌다. 소방대원에게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A씨의 딸은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10일 게재해 20만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A씨의 딸은 ‘9월 9일 0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아버지는 책임감 때문에 가게 시작 후 늘 치킨을 직접 배달하셨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A씨의 딸은 “인터넷에서 가해자들을 목격한 사람들의 목격담을 확인하니 중앙선에 시신이 있는 와중에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119보다 먼저 변호사를 찾았다고 한다”며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 새벽 저희 아버지는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고 나선 순간 119가 지나갔고 가게 근방에서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고 설명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인 ‘윤창호법’을 적용해 음주운전자 B씨에 대해 위험 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또 B씨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지인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