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떼어 아내 숨지게 한 남편 징역 5년

입력 2020-09-10 18:21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7일 만에 떼어내 숨지게 한 남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5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4일 충남 천안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56)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같은 해 5월 29일 오후 노인전문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중 빈 병실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내를 발견했다.

아내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씨는 아내가 쓰러진 원인과 병명이 나오지 않자 같은 달 31일 아들이 사는 천안지역 한 병원으로 옮겼다.

이씨는 아내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후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어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의료비 부담만 가중된다고 판단해 호흡기를 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이씨 측은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만∼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씨 측은 아내가 죽음에 이른 데에는 병원 측 과실도 있다는 주장도 폈다. 사건 당일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호흡기를 뗀 뒤 의료진 제지로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왔지만 의료진이 인공호흡장치를 다시 삽관하지 않는 등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아내가 30분 뒤 사망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7일에 불과하고, 합법적인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들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소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은 배심원 5명이 징역 5년을 선택했고, 3명은 징역 4년, 1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가장 존엄한 것으로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며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따라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