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美서부… “샌프란시코 주황빛 하늘, 핵겨울 연상”

입력 2020-09-10 16:55 수정 2020-09-10 17:51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의 돌로레스 공원에서 9일(현지시간) 연기로 뒤덮혀 뿌연 샌프란시스코의 주황빛 하늘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상고온으로 미 서부 지역에 약 40건의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해 수만명이 대피했다. 계속되는 화재로 연중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었고, 길에 나온 자동차들은 새카만 분진으로 뒤덮였다.

CNN방송 등은 미국 서부 해안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주에서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수천㎦의 면적이 불탔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산불은 북쪽 지역부터 멕시코 국경에 이르는 1287㎞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주 중부 마데라·프레즈노 카운티의 시에라 국립산림에서 발생한 ‘크리크 파이어’는 지난 4일부터 약 615㎢의 면적을 불태우고 최소 360동의 구조물도 파괴했다. 현재 프레즈노 카운티에선 주민 3만명 이상이 대피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올해 산불로 불탄 면적이 약 8903㎢로 이미 연간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14.7배에 달하는 규모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선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대낮에도 어둑어둑해 조명을 켜야하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역의 대기 질 관리 당국 대변인 에린 드메리트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맹렬히 타오르고 있는 산불로 거대한 연기가 생성돼 25일 연속 대기 질 경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 가장 오래 지속된 대기 질 경고는 2018년 14일이었다.

CNN 기상학자 저드슨 존스는 “산불 가까이에서 연기와 재는 더 두꺼운 층을 형성해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한밤중처럼 어두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각에서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핵겨울’(핵전쟁으로 발생한 재와 먼지로 일사량이 감소하며 오랜 기간 이어지는 한랭기)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선 또 다른 대형 산불 ‘밥캣 파이어’가 발생해 약 42㎢를 태우면서 LA 동북쪽의 패서디나 일부 지역 등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발생한 ‘엘도라도 파이어’도 피해 면적이 약 45㎢로 늘었다.

오리건 주에선 산불로 약 1214㎢가 불타 디트로이트·블루리버·비다·피닉스·탤런트 등의 일부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는 “우리 주 역사상 산불로 인해 발생한 최대 규모의 인명과 재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5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인 오리건 주에선 전날 저녁 수천명의 주민들이 대피한 상태다. 워싱턴 주도 지금까지 산불 피해 면적은 지금까지 약 133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 서부에서 진행 중인 대형 산불은 85건을 넘어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