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9년간 감성주점을 운영하던 이모(3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폐업을 했다. 이씨는 두 아이의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학원을 관두게 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엉망이지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탈락할 상황에 놓여있다. 이씨는 10일 “폐업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아니고, 사업을 하려고 끌어온 부채가 자산으로 잡혀 저소득계층에 해당하지도 않으니 정부가 발표한 지원대상에는 쏙 빠졌다”며 막막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편성을 발표하면서 선별적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기정사실화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과 통신비 지급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씨와 같이 기준 밖에 놓인 사람들은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체대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박모(28)씨는 “체대 입시학원은 체육시설도, 학원도 아니어서 이번에도 못 받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지난 6월 진행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에서도 탈락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신생사업을 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어렵게 1억원 넘는 비용을 마련해 시작했는데 감염병 사태가 날지 누가 알았겠냐”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최대 200만원씩 지원금을 주겠다고 공언한 12개 업종과 비슷하지만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무에타이 체육관을 운영하는 배모(45)씨는 “태권도·유도·검도 등 체육시설로 지정된 몇 종목이 있는데, 무에타이·호신술은 체육관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금을 못 받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체육시설에서 배제된 체육관들은 구청에서 제공하는 물품 및 방역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배씨는 “후배 관장들이 다 체육관 문을 닫고 쿠팡맨으로 뛰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휴업은 똑같이 강제하면서 지원대상엔 빠져있는 상황이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청원도 넣었는데 대통령이 전혀 듣지도 않고, 두 번째 시행이면 사각지대를 없애고 형평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선별 기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정부가 자의적인 기준을 정하면 소외되는 국민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을 구체화, 세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기존의 제도인 고용보험을 활용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편성된 예산을 강화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2만원 통신비 지원’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 교수는 “2만원을 쥐어주고 통신비 지원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국민을 희롱하는데, 차라리 그 돈을 모아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선별적 지급은 좋지만 지금 정부가 세운 기준에는 의문이 든다”며 “가령 주점은 대상에서 빠졌는데, 업종의 특성을 넘어 이들을 자의적 기준에 따라 제외하는 건 위헌”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