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3일까지인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강화된 2단계 조치)’의 연장 여부를 논의 중인 가운데 방역 조치 완화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방역 통제망 안에 들어왔다는 평가지만 곳곳에서 집단감염의 불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전일 대비 155명 늘어 총 확진자 수는 2만174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이 141명, 해외유입이 14명이었다. 서울의 신규확진자는 이틀째 5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의 확진자는 46명, 전날은 48명이었다. 경기도도 확진자가 4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표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도권은 확산의 우려는 있으나 확산이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니므로 통제할 수 있다”며 “비록 안심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병상 관리가 가능한 환자 수이기 때문에 2단계 거리두기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더 강력한 거리두기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일일 신규확진자 감소세가 더딘 데다,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짧은 기간이라도 추석 전에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서 감염 확산세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1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확진자는 재활병원 7층(71병동) 파견근로사원 3명과 환자 1명, 보호자 및 간병인 3명, 환자식을 조리하는 영양팀 외주업체 직원 10명이다. 대형병원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중증 환자가 밀집해 감염 위험성이 훨씬 크다. 세브란스병원은 외래진료를 중단하고, 확진자가 나온 재활병원을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했다.
방문판매업체발 감염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소재 방문판매업체인 TR이노베이션·사라퀸과 관련해 11명이 확진됐다. 고시원 연쇄감염도 확인됐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고시원에서는 지난 7일 지표환자(첫 환자)가 발생해 1명이 추가 감염됐다. 지표환자의 직장인 보경섬유에서도 직원 2명이 감염됐다. 지인 및 가족 4명으로 추가 전파도 확인됐다.
방역 조치 강화에도 시민들의 거리두기 실천 의지는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8월 30일)된 후인 지난 5~6일 휴대전화 이동량이 직전 주말(지난달 29~30일)과 비교해 6.3%(157만건) 증가했다. 대중교통 이용량도 같은 기간 2.5%(36만건) 늘었고, 카드매출도 3.5%(356억원) 증가했다. 2.5단계 조치 시행 후에 오히려 시민 활동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방역 조치에 관한 결정을 오는 13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수도권의 2.5단계 조치를 완화하고 2단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진자 수 외에도 감염경로의 불명 비율, 감염재생산지수, 방역망 내의 관리 비율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사회·경제적 파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2.5단계 조치가 해제되면 음식점·카페·학원 등의 운영 제한은 풀린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