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왕국’ 인도…86세 할머니까지 성폭행 당했다

입력 2020-09-10 16:00
뉴델리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범인들의 사형 집행을 축하하는 시위대 AP뉴시스

버스 성폭행, 구급차 성폭행 등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이 자주 일어나 ‘성폭행 왕국’으로 불리는 인도에서 이번에는 80대 할머니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인도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10일 BBC 등에 따르면 뉴델리 남서부 치홀라 지역에서 86세 할머니를 마구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인도 경찰이 30대 남성 배관공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델리 여성위원회의 위원장인 스와티 말리왈은 범인이 월요일 저녁 우유 배달부가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범인은 할머니를 근처의 농장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말리왈은 “할머니가 울면서 계속 그만하라고 요구했지만 범인은 무자비하게 폭행까지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이 할머니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와 구조됐다.

할머니는 얼굴과 온몸에 멍이 들어있고 극심한 트라우마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리왈은 범인에 대해 “인간이 아니다”라며 “사형에 처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6개월 안에 교수형에 처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델리 부지사와 고등법원장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2년 델리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인 아샤 데비(가운데)가 지난 3월 20일 범인들이 교수형에 처해진 뒤 변호사와 함께 V자를 손으로 만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인도에서는 그간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12년 한 여학생이 델리의 버스 안에서 남성 4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의 범인 6명 중 4명은 지난 3월에서야 교수형을 당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미성년자인 탓에 소년원에서 3년만 복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 안에서 운전자에게 환자가 성폭행을 당하거나, 13세 소녀가 성폭행당한 뒤 눈이 도려내지고 혀가 잘려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인도에는 아직 성범죄가 만연하다. 인도 국가범죄기록원에 따르면 2018년 인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경찰에 신고된 것만 3만3977건에 달한다. 하지만 신고가 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이것조차도 과소평가된 숫자로 추정된다.

신고를 하면 보복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증언하러 법원에 가던 성폭행 피해자가 피의자들에게 ‘인체 방화’를 당해 중상을 입고 결국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2019년 12월 4일 인도 콜카타에서 성폭행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대 모습. AP뉴시스

인도 내 일부 주 정부는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패스트트랙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는 강력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특별법원 등을 통해 21일 만에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성폭행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사건이 법정에서 처리되는데는 10년 이상 걸리는 인도의 현실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도에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직도 만연한 상태라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뉴델리 버스 사건 사형수 중 한 명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제대로 된 여성은 밤에 외출하지 않으며 단정하게 옷을 입는다”며 “처신이 단정하지 않은 여성이 성폭행당하면 그 책임은 남자가 아닌 여성에게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성폭행에 반대하는 인도인들’이라는 비정부기구의 여성 운동가 요기타 바야나는 “갓난아이도 60대 할머니도 성폭행을 당한다. 인도 여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지 않다”며 “여성과 소녀를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데 인도 정부가 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개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