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洑) 홍수조절 능력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아직 조사계획·조사단도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연내에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늑장조사’가 ‘졸속조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지시한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 조사는 아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에 대한 조사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조사단 구성 시점이 9월이 될지, 다음 달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에 관한 논쟁은 정치권에서 촉발했다. 올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전국 피해가 발생하자 여야와 시민단체는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에 대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고, 결국엔 문 대통령이 나서 관련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관 업무를 하는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 사항을 두고 소관 부처에서 한 달 동안 뜸만 들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대외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수는 “대규모 홍수 이후 태풍이 연이어 불어닥치면서 대응에 분주했으리라 생각은 들지만 아직 기본적인 조사 계획조차 구체화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부는 내부적으로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에 관한 조사 결과를 연내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3개월 남짓한 기간에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기존 4대강 관련 조사의 경우 조사 시점부터 결과 발표까지 적어도 1년이 걸렸다. 박근혜정부 때 국무조정실 주도로 시행한 4대강 사업 조사는 발표까지 1년 걸렸고, 2017년 7월 3일에 시작한 감사원 조사는 이듬해인 2018년 7월 4일에 발표됐다. 자칫 이번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 조사가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 조사에서 이미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기능은 미미하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같은 정권 내에서 기존 조사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이번에 환경부가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을 인정하게 되면 이명박정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며 “환경부도 조사에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만 국민이 조사 결과에 관심을 갖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