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BJ에 빠져 강도살인까지…제주 여성 살해범 “죄송하다”

입력 2020-09-10 15:13 수정 2020-09-10 15:27
지난달 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후 귀가하던 여성을 강도 살해한 20대 남성이 10일 검찰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인터넷방송 BJ들에게 사이버 머니를 선물하다 수천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제주서부경찰서는 강도살인, 시신은닉 미수, 절도, 사기 등 혐의로 강모(29)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던 강씨는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서를 나섰다. 취재진이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느냐” 등을 물어봤지만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A씨를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경찰에 붙잡혔다. 강씨는 범행 5시간 만인 지난달 31일 0시17분쯤 사건 현장으로 돌아와 시신을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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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몇 달간 월세를 내지 못해 지난달 28일 주거지에서 나와 사건 당일까지 자신의 탑차에서 숙식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미리 흉기까지 준비했던 강씨는 오일장 인근을 돌던 중 피해자를 발견했다. 그는 피해자가 걸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 주차장에 주차하고 다가오길 기다렸다. 당시 피해자는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며 택배 일을 그만둔 뒤 현재는 무직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자신 명의의 차를 가지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생활고가 아닌 당장 돈이 필요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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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여성 BJ에게 빠져 매일 방송을 시청하고 사이버 머니를 선물하며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BJ와는 올해 초 실제 만남을 갖기도 했다. 그는 최소 10만원부터 최고 200만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선물했고, 차량 대출과 생활비, BJ 선물 등으로 5500만원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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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피의자가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 없이 오직 돈만을 노리는 심리상태에 빠져 있었다. 검거되지 않았다면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생계 유지 때문이 아닌 미리 계획한 흉악한 범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