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환자가 극심한 호흡장애, 탈모 등의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의료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베르가모는 지난 3~4월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지역이었다.
베르가모 의료진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한 750명을 대상으로 혈액, 심장, 폐 등 건강 상태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완치 후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났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절반이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치료를 통해 체내 바이러스는 사라졌지만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중 약 30%는 폐에 상흔과 이로 인한 호흡기 장애를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30%는 심장이상이나 동맥경화 등과 연결된 염증·혈액 응고 등을 앓고 있었다. 일부는 신장 기능 장애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상당수가 다리 통증, 탈모, 우울증, 심각한 피로를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54세 한 여성은 “계단을 오르면 숨을 헐떡일 정도의 호흡 장애를 겪고 있다”며 “나 자신이 마치 80세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서 회복된 65세 남성 역시 “단기 기억상실 증세가 자꾸 나타난다”며 “장례식장을 운영하는데 이 증상 때문에 모든 일을 메모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촬영 결과 이 남성의 뇌에서는 점과 같은 손상 흔적들이 발견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