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다음은 나야 나.”
남자 테니스 ‘빅3’의 부재로 무주공산인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2000달러) 남자 단식 무대에서 도미니크 팀(27·3위·오스트리아)과 다닐 메드베데프(24·5위·러시아)가 준결승행 막차를 탔다. 두 선수는 ‘20대 차세대 스타’의 선두주자가 본인임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 단식 5회전(8강)에서 알렉스 드 미노(21·28위·호주)를 상대로 3대 0(6-1 6-2 6-4) 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8강(2020)이 메이저 최고 성적인 호주 유망주 드 미노를 상대로 호주오픈(2020) 프랑스오픈(2018-2019) 준우승 경력이 있는 팀은 경험 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팀은 드 미노의 서브 게임을 7번 브레이크하는 동안 자신의 서브 게임 브레이크는 2번으로 막았다. 날카로운 서브(에이스 11-1)가 먹혔다. 드 미노는 간간이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중요 순간에 더블폴트를 연발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자멸했다.
오랜 시간 ‘빅3’를 이을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팀은 하드 코트에서의 부진한 성적이 약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개의 타이틀 중 3개를 하드 코트에서 따내며 클레이 코트만 잘하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
특히 ‘빅3’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인 인디언 웰스 오픈에서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500시리즈 바르셀로나 오픈에선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다.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선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풀세트 끝에 꺾었고, 연말 ATP 파이널스에선 페더러-조코비치와 같은 조에 편성돼 조 1위(2승)로 4강에 진출했다. 올해 호주오픈 8강에선 또 다시 나달을 꺾고 결승에 올라 조코비치에 풀세트 접전 끝에 석패했다. ‘빅3’가 없는 이번 US오픈에서 우승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될 만하다.
팀이 준결승 진출을 확정짓기 전엔 메드베데프가 안드레이 루블레프(23·14위·러시아)와 러시아 대표 선수 타이틀을 걸고 맞붙어 역시 3대 0(7-6<8-6> 6-3 7-6<7-5>)으로 승리했다.
경기는 2번이나 타이브레이크를 거칠 정도로 팽팽했다. 두 선수는 강한 공격과 끈질긴 수비로 물러서지 않고 랠리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 경험이 없는 루블레프보단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메드베데프가 멘털에서 앞섰다. 메드베데프가 주특기인 강서브(에이스 16-10)로 공략하자 루블레프는 라켓을 내동댕이치는 등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가져온 메드베데프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준결승전은 12일 치러진다. 팀이 메드베데프와 맞붙고, 전날 이미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던 알렉산더 츠베레프(23·7위·독일)가 같은 날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29·28위·스페인)를 만난다. 16년 만에 조코비치-나달-페더러 없는 8강전을 치른 끝에 승자가 된 4인 중 누가 ‘빅3’를 잇는 최후의 승자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