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택배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주71시간의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3~23일 전국 택배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간 평균 71.3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세부적으로는 화~금요일 평균 12.7시간, 토요일 10.9시간, 월요일 9.5시간 등으로 집계됐다.
노동시간 증가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수요 증가가 꼽혔다. 그러나 수익과 관련 없는 ‘분류’ 업무가 증가해 일은 늘었지만 월 수익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밀려드는 물량에 식사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다. 택배 노동자들의 25.6%는 아예 식사를 못한다고 답했고 24.8%는 12분, 14.9%는 20분, 11.8%는 30분을 식사 소요시간으로 잡았다. 식사 방식으로는 밥을 거를 때가 많다는 답변이 36.7%로 가장 많았으며, 빵·김밥을 차량에서 먹는다는 응답이 22.2%로 뒤를 이었다. 터미널에서 컵라면을 먹는다는 응답도 9.2%로 나타났다.
대책위 조사 결과 택배 노동자들은 안전사고에 취약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0% 이상은 업무용 장갑·작업모·작업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작업복은 71.3%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폭우나 폭설, 강풍, 폭염 속에서 근무가 매우 잦다는 응답은 60~80%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소비자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약 60%는 배송 닦달을 받고 있다고 했으며, 1년간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답변도 46.2%에 달했다.
택배 노동자 소득 문제도 언급했다.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들은 월평균 458만7000원을 얻지만 지출을 고려하면 234만6000원 수준”이라며 “자영업자로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리점에 떼어주는 비용, 차량 구입 및 유지 비용, 물품 사고 비용 등 사업장 고용 노동자라며 지불하지 않는 비용 지출이 있다”며 “원청기업과 대리점이 부담을 가져가거나 배송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