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일장 피살사건은 BJ에 빠진 20대의 계획된 범죄”

입력 2020-09-10 12:13 수정 2020-09-10 14:16

제주 오일시장 인근 30대 여성 피살사건은 인터넷 방송에 빠져 돈을 탕진한 20대 남성이 금품을 노리고 한 계획범죄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피의자에게는 당시 5500만원의 빚이 있었고, 월세가 밀려 더이상 버틸 수없는 시점에 다다르자 원룸에서 나와 본인 소유 트럭에서 숙식하던 중 3일째 되는 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처음부터 절도가 아닌 강취를 마음먹었고, 당시 피의자는 돈을 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인명경시의 계획된 흉악범죄”라고 밝혔다.

10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A씨(28)는 지난 8월 28일 본인이 거주하던 제주시 연동의 한 원룸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수개월간 밀린 월세를 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이번 범행이 일어난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주차장과 제주시 연동 일대 공원을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30일 오후 6시50분쯤 A씨는 오일시장 인근을 지나던 피해자 B씨(39)을 발견했다. A씨는 피해자가 걸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트럭을 세운 뒤 피해자가 다가오자 그 뒤로 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요구했다.

B씨는 들고 있던 양산으로 저항했고 A씨는 넘어진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현장을 떠났다.

6시간 뒤인 8월 31일 0시17분경 A씨는 현장으로 돌아와 B씨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고 유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사체를 옮기는 일이 여의치 않자 피해자의 휴대폰과 그 안에 들어있던 신용카드 2장을 들고 다시 현장을 빠져나갔다.

A씨는 이후 피해자의 휴대폰을 제주시 외도동 인근에 버리고 B씨의 신용카드로 마트와 편의점에서 먹을 거리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후 A씨는 본인의 휴대전화를 끈 채 서귀포시 표선에서 잠적해 있다 다음날인 31일 밤 10시48분경 서귀포시내 한 주차장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는 사건에 이용했던 본인 소유의 트럭 안에서 선잠에 빠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강도살인, 시신 은닉 미수, 절도, 신용카드 부정 사용 등 혐의로 10일 오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범행 발생 8개월 전부터 인터넷 방송에 빠져 많은 돈을 소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한 일자리가 없던 상황에서 A씨는 여러 BJ들에게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며 관심을 끌려 했고, 이중 일부 BJ와는 직접 만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대상 물색 장소로 제주시 오일장 인근을 정한 데에는 단순히 주차장이 넓어서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흉기 사용 방식이 잔인한 점 등으로 미뤄 심리상태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폭행 여부는 검찰 송치 후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해나간다는 방침이다.

A씨에 다른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피해자 B씨는 지난 30일 오후 6시50분경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걸어서 귀가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B씨의 아버지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게시했다.

글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던 딸을 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계획 살인이 분명한 만큼 신상 공개와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