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증언 유출’ 법정구속된 서천호 “정치적 판결” 반발

입력 2020-09-10 11:39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뉴시스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의 재판에 나온 탈북자의 비공개 증언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 전 차장이 “정치색에 따라 편향된 판결”이라며 반발하자 판사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했다”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는 10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전 대공수사국장과 하모 전 대변인은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의 항소심 공판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서 전 차장 등은 2013년 12월 6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의 재판에 출석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 출신 A씨의 비공개 증언과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등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4년 4월 1일 유출된 내용이 한 일간지에 보도된 직후 서울중앙지검에 증언 유출 경위를 파악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 판사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A씨는 자녀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보위부에 가족이 끌려가서 고초를 겪고 있을 것이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이 예상되는데도 피고인들은 국정원에 돌아선 여론을 돌려세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서 전 차장은 차장으로서 위법한 지시를 했기 때문에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 전 차장은 선고 주문을 들은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당시 사건 마무리되던 상황이었고, 저는 퇴직이 확정돼 있었다”며 “모든 게 마무리 되던 시점에 ‘유우성 사건’을 반전시키려고 (증언 유출) 사건이 발생햇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정치색이 판치는 장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법리와 양심을 벗어난 재판장에게 판단을 받는 피고인이 없기를 바란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박 판사는 “피고인 말은 판결이 정치나 다른 외부세력의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 같은데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거에 비춰 다른 사건에 비해 오랜 시간을 들였고, 법리에 따라 판단했다”며 “항소심에서 좋은 판단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