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운동으로 몸살을 앓는 디즈니 블록버스터 영화 ‘뮬란’에 미국 언론도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뮬란’은 현재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 인권 탄압을 정당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디즈니가 위구르족 인권 탄압이 자행된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뮬란 촬영을 진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뮬란에 노골적인 엔딩 크레딧을 삽입해 영화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촉발했다고도 적었다.
지난 4일 디즈니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온라인 개봉한 ‘뮬란’에는 엔딩 크레딧에는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며 위구르족을 강제로 구금하는 등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은 지역이다.
미국 언론들은 뮬란 논란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디즈니를 질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뮬란 보이콧 운동을 다룬 분석 기사에서 “(뮬란이) 민족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분노를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날 뮬란을 맹비난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아이작 스톤 피시는 ‘뮬란은 왜 스캔들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른 촬영지를 놔두고 ‘뮬란’을 신장자치구에서 촬영하면서 “디즈니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시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비판을 받은 1946년 영화 ‘남부의 노래’ 이후로 “뮬란이 디즈니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영화가 됐다. 신장 지역 촬영을 위해 디즈니가 (중국과) 부끄러운 타협을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변호사 레이한 아사트는 뉴욕타임즈에 ”디즈니는 (위구르인에 대한 중국의) 억압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고, 인권운동가 퍼캐트 자댓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신장지역에서 뮬란을 촬영한 것은 “디즈니의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디즈니는 현대 커지는 논란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디즈니의 침묵은 오는 11일 뮬란의 중국 시장 개봉을 앞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뮬란에 제작비 2억 달러(2357억원)를 투입한 디즈니가 중국 시장 흥행을 위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의 흥행이 보여주듯 중국은 영화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장이 됐다. 톰 코튼 미 상원의원은 8일 SNS에 “디즈니가 중국 현금에 중독됐다”며 “디즈니는 중국 공산당 기분을 맞추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