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게임 ‘던전 앤 파이터’ 슈퍼계정 논란으로 최대 위기

입력 2020-09-10 10:18 수정 2020-09-10 10:32

15주년을 맞은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슈퍼계정 논란으로 역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프리스트 진각성 업데이트를 앞두고 역대급 장애물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유저들이 앞다투어 ‘게임을 접겠다’고 밝히고 있고,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던파’를 총괄하는 강정호 디렉터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강정호 디렉터는 10일 새벽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올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 캐릭터를 포함하여 관련된 캐릭터, 길드 등 모든 내역을 조사 중”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번 문제가 발생한 경위, 그리고 그에 대한 후속조치를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슈퍼계정이란 운영자가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계정이다. 보통 GM 계정은 본인이 운영자임을 명시하지만 슈퍼계정은 일반 유저처럼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슈퍼계정 의혹을 받은 계정은 카시야스 서버 내 다수의 직업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 유저는 해당 캐릭터가 모든 캐릭터에 12증폭 이상이 진행된 것을 발견했다.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고등급 아이템의 습득이나 강화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간순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슈퍼계정으로 의심받는 계정 캐릭터는 보유한 장비의 습득 경로나 강화 정보가 표기되지 않아 논란을 샀다. 유저들 사이에 소문이 돌자 계정 이용자는 캐릭터의 아이템을 모두 해제하고 타임라인을 조작한 의혹도 받고 있다. 또 게임이 점검 중이던 시간 진각성 달성 이력도 밝혀지며 논란을 샀다.


던파는 이미 여러 번 운영자의 비위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지난 1월 던전앤파이터의 서버 담당 개발자는 강화대란 이벤트를 앞두고 공대원들에게 해당 정보를 유출해 논란이 됐다. 당시 던파를 운영하는 네오플은 강정호 디렉터를 비롯해 서버팀 팀장과 당사자인 서버 담당자에게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렸다. 다만 GM의 슈퍼계정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던파 유저들의 원성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던파 유저들은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던파 유명 유튜버인 장지, 에어비스, 당근로그, 강캐, 던파오형짱, 랜덤상자 등은 9일 방송에서 해당 의혹을 비중있게 다뤘다. 시청자들은 ‘애정으로 키우던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운영진이 뒤통수를 치니 어이없다’ ‘이제 떠나야겠다’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조사 결과 일부 운영진의 잘못이라 해도 미리 이를 차단하지 못한 네오플에게도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 개발자의 유저 기만 및 부당한 수익 의혹에 대하여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2020년 9월9일자로 네오플이 제작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게임 던파에서 개발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유저들을 기만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던파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신화등급 아이템과 그 다음 등급인 에픽 등급의 아이템은 거래가 불가하다. 지혜의 인도라는 던전을 통해서만 확률적으로 획득이 가능하다”며 “그 가짓수도 대단히 많아 원하는 신화와 에픽을 얻기 위하여 긴 시간이 투자된다”고 설명했다.

강정호 네오플 디렉터. 유튜브 캡처.

청원인은 그러면서 “노력 끝에 원하던 신화와 에픽을 얻으면 성취감에 자랑하며 기뻐하는 것이 저희 던파 유저들의 낙”이라며 “이 개발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 프로그램 조작으로 손쉽게 신화와 에픽을 습득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시간과 재화를 투자한 수많은 유저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든 것”이라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운영진이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이런 행위가 과연 올바른 행위겠느냐”면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