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20대가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평소 인터넷 방송 여성 BJ에게 선물을 주며 돈을 탕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서부경찰서는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강도살인)를 받는 A씨(29)에게 시신은닉 미수와 절도, 신용카드 부정 사용, 사기 혐의 등을 추가해 1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B씨(39)를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며 그만둬 무직 상태였고,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자신 명의의 차를 가지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생활고가 아닌 당장 돈이 필요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평소 여성 BJ에게 선물을 주는 등 인터넷 방송에 돈을 탕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시신을 은닉할 목적으로 범행 장소를 다시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그는 범행 5시간 만인 지난달 31일 0시~0시30분쯤 휴대전화 불빛으로 길을 비추며 범행 장소로 갔다. 이후 시신을 5m가량 옮기다 결국 포기하고 현장에서 사라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감추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무거워 결국 옮기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후 훔친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식음료를 사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한 상태”라며 “현재 A씨가 계획적으로 강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피해자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A씨를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7일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보로 1시간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운동 겸 걷는다’고 했던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걸어다닌 것을 사건 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는 1t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면서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한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 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