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14일 열린다. 총재 선거 직후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내각에서도 ‘조기 총선’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지금이 조기 총선의 최적 시점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은 10일 고노 다로 방위상이 전날 미국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회에 참석해 “내주 새 총리가 선출되면 아마 10월 중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생각하면 해산이나 총선을 치를 수 있는 시기가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중의원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다. 현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이번에 총리가 된다고 해도 중의원 해산 없이는 1년짜리 임시 총리에 그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 직후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일본에서는 전후 한 번(1976년)을 제외하면 임기 만료로 끝난 국회가 없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자민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 역시 연내 중의원 해산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관방장관은 관련 질문 때마다 “총리가 한다면 하는 것이고, 하지 않는다고 하면 안 하는 것”이라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았다.
또 여론 환경도 자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사임 결정 직후 자민당과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국민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왔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표 선거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민 여론이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조기 총선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0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기 총선 시기에 대해 ‘현 중의원 임기 만료나 그 시점 부근에 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58.4%를 차지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전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해산으로 1개월 반~2개월 정도의 공백을 만드는 건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수습해주길 바란다”고 조기총선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