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지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또 한 번의 역사적 회동’을 원한다면서 추가 북·미 정상회담 의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Rage)’에 담긴 내용을 입수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격노’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의 아첨에 마음을 뺏겼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깊고 특별한 우리 사이의 우정’, ‘마법의 힘’ 같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격노’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리에 교환한 친서 내용을 포함해 북·미 사이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이 담겨져 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격노’는 오는 15일 출간될 예정이다.
‘특별한 우정’, ‘그날의 영광’…과장된 표현 사용한 김정은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라고 지칭했다. 김 위원장은 한 친서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 자신과 각하의 또 다른 역사적 회담을’ 희망한다고 썼다.
또 김 위원장은 ‘깊고 특별한 우리 사이의 우정이 어떻게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억’이라는 표현도 썼다.
김 위원장은 다른 친서에선 ‘나는 각하와 같이 힘 있고 탁월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회고하면서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았던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그리고는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길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추가 북·미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 김 위원장이 ‘매우 영리하다’고 느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드워드에게 김 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장성택)를 살해했던 것을 생생하게 설명한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말한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친분에 대해 “당신이 여자를 만난다면 1초 안에 일이 진행될지, 안 될지 알 수 있다”면서 “10분이나 6주가 걸리지 않는다. 1초도 안 걸린다”고 강조했다.
우드워드는 북·미 정상 간 친서 27통을 확보했으며, 이 중 25통은 보도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는 ‘극비’라고 공개하지 않았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트럼프, 김정은 핵무기 ‘사랑’…팔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핵무기의 관계를 부동산에 비유해 설명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을 사랑하는 어떤 사람과 비슷하다”면서 “그들은 그것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등 김 위원장을 3번 만난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나는 (그를) 만났다”면서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지 이틀이 걸렸다”면서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우드워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연기되거나 축소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갈망했던 국제적 위상과 정통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북한과 전쟁 위기 설명하다 비밀 핵무기 공개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과 자신의 사진을 담은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복사본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원장님, 멋진 당신의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글을 함께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7년 북한과 전쟁 상황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무기 시스템인 핵을 개발했다”면서 “우리는 보거나 듣지 못했던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 전에 듣지 못했던 것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것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WP는 우드워드가 익명의 취재원들을 통해 미군이 새로운 비밀 무기 시스템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WP는 “그들(익명의 취재원들)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놀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