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LCK가 최근 몇 년간 있었던 국제대회 우승 트로피를 다 해외팀에 내줬잖아요. 롤드컵을 다시 한국팀끼리 결승전에서 맞붙는 대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롤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젠지 ‘룰러’ 박재혁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다시 국내 잔치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젠지는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롤드컵 한국(LCK) 지역 대표 선발전 최종전(3라운드)에서 T1을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했다. 젠지는 이날 승리로 LCK 3시드 자격을 획득,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막차를 탔다.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국민일보와 화상 인터뷰에 응한 박재혁은 “이렇게 힘들게 롤드컵에 갈 줄은 몰랐다. 힘든 만큼 더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젠지는 지난달 30일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DRX에 역전패해 롤드컵 직행에 실패한 바 있다.
박재혁은 “3대 0 완승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날 젠지가 선보인 경기력을 흡족해했다. 그는 완승의 원동력으로 끈끈한 팀워크를 꼽으면서 “출전 선수 5인이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 팀원들 전부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T1은 박재혁의 캐리력을 억제하기 위해 원거리 딜러 챔피언에 밴 카드를 여러 개 투자하는 ‘저격 밴’ 전략을 썼다. 하지만 박재혁은 세나, 이즈리얼, 아펠리오스를 한 차례씩 사용해 기어코 바텀 라인전 우위를 점했다. 그는 “또 재미있는 밴픽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오늘은 어떤 챔피언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며 넓은 챔피언 폭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자신감은 챔피언 폭에 한정되지 않았다. 젠지 바텀 듀오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박재혁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저와 ‘라이프’ 김정민은 각자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라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롤드컵의 최종 목표로는 “무조건 우승”을 꼽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롤드컵에 세 차례 참가한 바 있는 박재혁은 “그룹 스테이지를 잘 마무리 지어야 8강전, 4강전, 결승전까지 올라갈 수 있더라”라며 그룹 스테이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2016년 시작된 ‘선발전 불패’ 신화를 쭉 이어나가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선발전 무대여서 특별히 자신감이 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6~2018시즌까진 제 실력이 좋지 않았다. 2019년부터는 실력이 올라왔다고 생각했다”면서 “올해는 포스트 시즌이든, 선발전이든, 정규 시즌이든 늘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첨언했다.
앞서 T1 신인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이 개인방송을 통해 “박재혁에 대한 분석을 해놨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할 말이 있는지 묻자 박재혁은 “어제 커뮤니티를 통해 그런 내용의 글을 접했다. 꼭 이기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말 해도 되나요”라며 잠시 뜸을 들인 뒤 “분석 더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