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9일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체감 효과는 즉각적일지 몰라도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4차 추가경정예산안의 ‘맞춤형 핀셋 지원’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는 포퓰리즘적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정이 추진하는 통신비 지원은 일단 받는 즉시 체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매월 평균 통신비로 납부하는 금액으로 볼 수 있는 이동통신 3사의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3만원 초반대인 만큼 통신비 3분의 2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1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일부 특수계층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 국민이 ‘즉시 할인’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4차 추경은 전액 적자 국채 발행”이라며 “가뜩이나 빚을 내서 돈을 쓸 때는 꼭 필요한 곳에 신중하게 써야된다. 당장 통신비가 없어 밥을 굶거나 큰 위기가 닥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대책을 마련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은 총 7조원대 중반 규모로, 이중 약 9000억원이 통신비 지원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 소요가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한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먼저 지원하겠다는 원래 4차 추경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전 국민에 대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어렵게 되니 포퓰리즘적으로 흐르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가계통신비는 전체 가구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당 가계통신비 금액은 2018년보다 8.3%(1만1000원) 감소한 12만3000원이었고, 전체 지출 중 가계통신비 비중은 5.3%에서 0.3% 포인트 하락한 5%였다.
시민들도 정부 지원책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엄모(27)씨는 “모두에게 2만원을 지원하는 것보단 당장 코로나19로 생계가 위태로운 사람들에 지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모(27)씨도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모바일 기기 지원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세종=신재희, 김성훈 권민지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