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흑인 나와야 작품상 탄다?…‘화이트 오스카’ 변신 몸부림

입력 2020-09-09 18:18
2020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오스카 홈페이지 캡처

2024년부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이 추가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상 수상 기준에 ‘다양성’을 추가했다고 알렸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색인종, 여성, 장애인, LGBTQ 등 인종과 성별 다양성을 고려해 영화를 제작해야 작품상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공개한 다양성 기준은 총 네 가지로 ▲배우, 영화 안에서의 묘사, 주제와 관련된 항목 ▲ 감독·작가·촬영 감독 등과 같이 스태프와 관련된 항목 ▲ 유급 인턴십 등 영화산업 진입 기회와 관련된 항목 ▲ 마케팅·홍보와 관련된 항목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두 가지 이상 조건에 따라 유색 인종, 여성, 장애인 등의 비율을 충족한 작품만이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동안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이 만들고 주연한 영화를 외면해 ‘백인 남성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6년 SNS를 중심으로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하고,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로컬’이라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과 돈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신설된 기준이 영화 산업에서 필수적인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백인 중심적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새롭게 신설된 기준은 2024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다음 시상식이 열리는 2021년 아카데미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