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정부의 각종 ‘1차 지원금’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정부 지원금 논의가 시작되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수혜자와 공무원 사회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에 사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추석 전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보고 답답한 마음부터 들었다. 지난달에 신청했던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아직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말 부지급 통보를 받고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의제기 통과 여부조차 알지 못한 상황에서 2차 지원금 논의가 진행되자 김씨는 “1차 지원금도 아직 못 받았는데 추석 전 지급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2차 지원금 편성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그러면 내 이의제기 심사는 언제 하겠다는 것이냐”고 걱정했다.
지원금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동주민센터에서 아동돌봄쿠폰 담당자로 근무하는 A씨는 “아직도 우리 지역에 돌봄쿠폰을 못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은데 새로운 쿠폰을 또 발행하겠다는 것이냐”며 어이없어했다. 이어 “각종 지원금과 쿠폰 등이 쏟아지면서 현장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됐는지 모르고 정부가 또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인 돌봄쿠폰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담당하는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에는 아직 처리되지 못한 지원금과 이와 관련한 행정절차가 쌓여있는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은 ‘1차 아동돌봄쿠폰’은 1만여 건에 달하고, 고용부에는 5만여 건의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이의제기 신청이 접수돼 있다.
고용부 직원 B씨는 “지급 오류도 많아 이의제기 건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다”며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민원전화가 지금도 쏟아지는 걸로 아는데, 지급률 99.9%라고 발표하는 고용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0.1퍼센트한테 오는 민원이 이렇게 차고 넘친다는 얘기냐”며 “심사완료랑 지급완료가 다른 말인 줄 윗분들은 모르는 것이냐”고 헛웃음을 지었다.
부정수급 환수문제도 만만치 않다. 실제 고용부가 지난 7월 31일까지 적발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부정수급 반환 명령액과 추가징수액은 12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현재까지 환수된 금액은 불과 9600만원이다. B씨는 “올해는 지원금 뿌리느라, 내년엔 부정수급 환수하느라 헉헉댈 게 안 봐도 뻔하다”며 “제발 지금 정부가 현장의 문제를 알고 탁상행정식 정책을 멈췄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2차 지원금 정책의 합리성에 의문을 내비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1차 지원금 정책에 대한 평가도 안된 상황에서 똑같은 선심성 정책을 내겠다는 건 잠시 여론을 호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금성 지급이라는 간편한 수단이 아닌 깊이 있는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 교수는 “감염병 유행이 8개월 지났는데도 의료시스템 정비나 방역과 경제의 조화를 이루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몇십, 몇백만원을 지급하는 단순한 미봉책보다 소상공인들이 겪는 구조적 경제 문제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회생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엄중한 상황인 만큼 시급한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만큼 경제적 효과는 없더라도 당장 타격을 입은 사람들에게 긴급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