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고권력층 정경심 사모펀드 범행, 우리도 믿기 어려웠다”

입력 2020-09-09 17:22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모씨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고 권력층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범행은 우리도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심에서 대부분 무죄로 판단된 정 교수의 공범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집중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구자헌)는 9일 조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검찰과 조씨 측의 항소이유를 들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는 지난 6월 30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조씨가 정 교수와 공모해 금융위원회 허위보고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자금 횡령, 증거은닉·인멸교사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은닉·인멸교사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정 교수의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같은 1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최고 권력층에 속한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횡령 범행에 가담했을 것이란 점은 상식에 비춰 쉽게 믿기 어려웠다. 수사팀도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며 “정 교수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객관적 증거가 확인됨에도 쉽게 단정하지 않고 동기를 탐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강남 건물을 소유하려거나 자녀에게 재산을 대물림하려는 등 범행동기가 드러났고,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공적 권한을 남용해 부를 축적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1심을 그대로 존중하기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공소사실을 봐달라”고 말했다. 조씨가 법정에 와서 검찰 조사 때와 달리 번복한 진술들이 있는데, 이를 1심 재판부가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씨 측은 “‘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재판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조씨 측은 ‘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함에 분노한다’는 뜻의 성어인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을 언급하며 1심 양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조씨가 코링크PE와 그 투자처인 2차 전지업체 WFM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판단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조씨 측은 “코링크PE와 WFM의 실질적 지배 주체는 익성의 이봉직 회장과 이창권 부회장”이라고 항변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