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격으로 몰아친 태풍, 7월보다 더 무더웠던 6월, 역대 최장 장마….
올해 한반도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여름’을 겪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후조건이 크게 변화한 것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다가올 가을에도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6~8월 기온이 크게 들쑥날쑥하는 특징을 보였다. 6월에는 때이른 폭염이 나타난 탓에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기온(22.8도)을 기록하며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 반면 7월엔 장마가 길어지며 기온이 낮아진 탓에 역대 처음으로 7월 평균기온(22.7도)이 6월 평균기온보다 낮은 현상이 나타났다.
올 여름에 가장 길고 많은 비가 내린 장마가 나타난 것도 이례적이다. 중부지방(54일)과 제주(49일)의 장마기간은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장마철 전국 강수일수(28.3일)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장마철 중부지방 강수량(851.7㎜)도 역대 1위로 나타났으며, 전국 강수량(686.9㎜)은 1973년 이후 역대 2위였다.
최근에는 강한 태풍이 약 일주일 간격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지난달 26~27일에는 제8호 태풍 ‘바비’가, 이어 지난 2~3일 제9호 태풍 ‘마이삭’과 6~8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세 태풍 모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동안 최대중심풍속이 33m 이상인 ‘강’한 세력을 유지했다. 평균 3.1개의 태풍이 매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비교해 강도·빈도 면에서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 조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주된 이유로 지목한다. 기상청은 “시베리아 대륙에 블로킹(높은 고기압)이 발달했고 대기 정체가 일어나 대륙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주변에 위치하며 7월 기온이 선선해졌다”고 설명했다. 찬 공기에 의해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이 막힌 탓에 장마전선이 중위도에 오래 머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남부지방, 일본 규슈지역 등에 역대급 장마를 낳았다.
이는 올해 태풍이 유난히 우리나라 쪽으로 경로를 튼 것과도 연관이 있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 태풍이 일본 쪽으로 많이 이동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태풍이 보다 동쪽인 우리나라 쪽으로 향하게 된다”며 “또 북서태평양의 높은 해수온에 의해서 강한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이 최근 10년간(2009~2018)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을 분석한 결과 ‘매우 강’한 태풍의 발생 빈도가 이 중 50%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기후조건이 변화하는 탓에 향후 가을철에도 예측이 어려운 이상기후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링링’ 등 가을철 태풍이 3개나 나타난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일반적으로 11월까지도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통보관은 다만 “제11호 태풍 ‘노을’이 발생할 조짐은 아직 관측되지 않았으며, 최근 잦은 태풍으로 해수 에너지가 약해진 상태라 당분간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