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추·소고기 다 올랐다…“추석 장보기 차라리 늦추세요”

입력 2020-09-10 00:05

장기간 장마에 연이은 태풍까지 겹치며 일부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최대 2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물가 조사 기관들은 추석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추석 준비를 늦추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제공한 농산물 소식지 ‘얼마요’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광주 양동시장 소매가격 기준 무는 개(2.0~2.5kg 기준)당 40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2200원) 대비 가격이 81.82% 폭등한 것이다.

배추도 포기(2.5~3.5kg 기준)당 1만원으로 1년 전(7000원) 대비 가격이 42.86% 올랐다. 배추와 무 가격은 태풍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출하 작업 부진 등으로 가격 오름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채소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수박·쪽파·깻잎·방울토마토·양배추 가격도 1년 새 30~80%가량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8%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월(15.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런 가운데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추석 상차림에 오르는 품목 물가를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상차림 비용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때 27만5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16.5%(3만8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엔 40만4730원이 들어 지난해 추석보다 8만270원(24.7%)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류 급등에 더해 주요 식품 가격도 높아진 영향이다. 대표적인 추석 식품 중 하나인 밤은 지난해 생산량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수입량이 줄면서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홍로사과는 이날 기준 10개에 2만9745원으로 지난해(2만4990원)보다 5000원 가까이 비싸졌다.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늦지만, 봄철 이상 저온현상과 초여름의 이상 고온 현상, 여기에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와 잦은 태풍 등 기상 악재가 계속되면서 햇상품 출시 시기가 늦어진 여파다.

올해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소고기도 여전히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올해는 유례없는 긴 장마에 과일, 채소, 곡식류 등의 수확이 늦어지는 만큼 좋은 품질의 재료를 구하려면 평소보다 늦게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협회가 과실류와 견과류, 나물류 등 차례 용품 29개 품목의 전국 전통시장 8곳 가격을 조사한 결과 26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와 배는 물론 애호박은 지난해보다 47.3%, 무는 지난해보다 98.7%, 대파 1단은 40.9% 오른 것으로 조사 됐다.

수산물도 수입산 조기(부세)와 북어포 1마리, 동태포 1kg을 준비하는데 드는 전국 평균 비용이 2만720원으로 2.4% 올랐다.

한국물가협회는 “추석이 예년보다 시기적으로 늦어 정부가 비축물량과 계약재배 물량 등을 방출해 수급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다른 기상 이변이 없다면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가격 상승 폭은 지금보다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