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기하(38)가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그에게 어울리는 제목의 책으로 돌아왔다. 2018년 10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발표 이후 생활인과 창작자로서의 고민이 담긴 글을 묶어 첫 번째 산문집으로 펴냈다.
장기하는 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주변 지인들이랑 사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을 때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자세히 표현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가 내 안에 쌓여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에게 어울리는 책 제목은 주제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기하는 스스로 책을 잘 못 읽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는 ‘그것이 별로 상관없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해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썼다”고 말했다.
스물 한 살 이후 줄곧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온 그였지만 글을 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첫 글부터 난관이었다. 첫 글을 썼을 때는 세 줄을 쓰고 글이 안 써져 그 다음날까지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책을 쓰겠다고 작정했는데 세 줄 쓰고 못 쓰고 있으니 끝까지 쓸 수 있겠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조금씩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도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책의 분량을 늘려가면서 노래 가사를 쓰는 것과 유사한 점도 발견하게 됐다. 그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남들에게 이해될 만한 정도로 다듬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기하는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챕터로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을 꼽았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는 없다”로 시작하는 해당 챕터에서 그는 SNS를 보면서 남과 비교하는 자신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SNS를 닫고 비교했던 자신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으로 돌아오며 마음의 평화를 찾지만, 습관적으로 SNS를 열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다시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챕터를 마무리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쓴 거 같다”며 “그 글이 있음으로 해서 전체적인 책의 그림이 완성된 거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자평했다.
장기하는 이날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하에서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요즘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코로나19에 대한 것”이라며 “맨날 공연하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할 거냐’라는 말을 하면 그 다음 뾰족하게 나오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당분간 책을 매개로 한 활동을 이어간 후 음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일단 책이 오늘 나왔으니 책을 매개로 여러분을 만나는 기회를 어느 정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멀티태스킹이 안 돼 음악 작업을 못 했는데, 책이 완성됐으니 하반기에는 음악을 열심히 만들면서 지낼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