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 ‘패닉바잉’에…8월 가계대출 또 역대 최대

입력 2020-09-09 15:19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또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전셋값 상승에 따른 주택자금 수요와 주식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또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사라지면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0년 8 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기타대출 모두 큰폭으로 늘었다. 주담대는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한 아파트 매매거래에 따른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전셋값의 오름세도 주담대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지난 7월 2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3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6월 0.53%, 7월 0.63%에서 8월 0.81%로 상승 추세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 거래가 많은데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타대출 증가폭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전월 대비 6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직전 최대 증가폭인 2018년 10월(4조2000억원)보다 2조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빚투’ 열풍이 불면서 60조원에 육박하는 청약증거금이 몰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광풍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진 점과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소멸되면서 나타난 생활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기업대출도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1000억원 감소 전환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이 6조1000억원 늘면서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추석 연휴가 있는 이달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9월에는 추석 상여금 유입으로 신용대출 증가세가 축소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